'나눔 정신' 남기고 하늘 나라로 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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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예감한 뒤 마지막 사회 공헌을 결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타계한 조수호(사진) 한진해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164만주가 고인의 유언에 따라 신설 공익재단에 출연된 것에 대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인이 출연한 주식은 그가 갖고 있던 한진해운 지분(6.87%)의 3분의 1 가량이며 금액으로는 450억원 정도. 한진해운도 고인의 뜻을 기려 조 회장의 출연 주식수와 똑같은 164만주의 자사주를 이 재단에 출연했다. 회사 측은 "별도의 추모행사를 열지 않는 대신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사회공헌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85년 한진해운 상무로 부임한 이후 20여년 동안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조 회장은 평소 공익재단 설립을 통한 부의 사회환원 의사를 여러차례 밝혀왔고, 병이 깊어지면서 구체적 절차를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해운물류 발전을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장학사업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결심에 부인과 두 딸 등 가족들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공익재단의 이름 '양현(洋賢)'도 이같은 그의 뜻을 기려 지어졌다. 재단은 앞으로 배당수익으로 해운물류 관련 연구소나 단체의 학술 활동을 지원하고, 해운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장학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특이한 것은 재단의 설립 목적에 소아암 등 희귀병 어린이 환자에 대한 의료 지원 사업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고인의 한 측근은 "회장님이 지병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드나들면서 암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보고 마음 아파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소탈한 성격의 고인은 병에 시달리면서도 어린이 환자들에게 수시로 다가가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고인의 관심은 1994년부터 한국해양소년단 연맹 총재로 8년간 활동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취임 인터뷰에서 "일정이 바쁘겠지만 모든 행사를 직접 챙기겠다"고 할 정도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바다의 꿈'을 심어주는 데 열정을 보였다. 실제 그는 총재 재임 초기 10만명이던 단원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등 연맹의 위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셋째인 조 회장은 1954년 인천에서 태어나 79년 미국 남가주대(USC)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한항공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해 85년 한진해운과 인연을 맺은 고인은 94년 대표이사 사장, 2003년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해 한진해운이 매출 6조원대의 세계적인 선사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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