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홍보 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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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인터넷엔 실시간 패션 정보가 넘쳐난다. 특히 유명 브랜드 패션쇼나 론칭쇼, 각종 시상식 포토 라인에 선 연예인들의 옷차림은 수많은 카피(copy)와 모방, 재창조를 낳는다. 특히 그 스타가 특정 상품을 아주 맵시 있게 소화해 냈다면, 회사로선 수백,수천만원어치의 광고 효과를 본 셈이다.

홍보대행사 '프레싱크'의 오제형(34) 대표가 하는 일 중엔 이런 스타 마케팅이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한다. 주로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의 홍보를 맡고 있기 때문. 발리, 마크 제이콥스, 빈폴 진 등이 대표적이다. "패션쇼나 론칭쇼 등을 기획하고 각종 이벤트도 주관합니다. 언론 홍보도 빼놓을 수 없죠."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그저 '홍보'일 뿐이라면 업계 사람들로부터 '트렌드 전도사' '패션계의 마당발' '스타 마케팅의 귀재' 같은 별명들을 얻어 갖진 못했을 것이다.

오 대표는 연예인 출신이다. 서강대 불문과 학생이던 1996년, 통역 아르바이트로 방송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 뒤 '한밤의 TV연예' 리포터, 시트콤 연기자, 비디오 자키 등으로 활동했다. "홍보 일을 시작한 건 2003년입니다. 잡지사 부탁으로 한 해외 유명 브랜드 회장을 인터뷰하다 그만 홍보까지 맡게 됐죠."

오 대표는 자신의 일을 "소수 집단이 감지하고 소유한 트렌드를 좀 더 많은 이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패션 동네의 연결고리 역까지 맡게 됐다. "디자이너.스타일리스트.연예인.사진작가.유통전문가….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죠. 한데 어울려 놀고 일하고, 뭔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는 특히 "이제 연예인은 미디어"라며 "그들이 무엇을 표방하고 지향하느냐에 따라 패션 산업은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가 패션 관련 행사들을 기획하며 가장 신경 쓰는 건 쇼의 품질이다. "행사가 어설프면 기자는 물론 VIP 고객, 업계 인사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니까요." 두 번째 포인트는 '어떤 스타가 포토라인에 서 줄 것인가'. "(연예인이) 많이 오느냐가 아니라 누가 오느냐가 중요합니다. 몇 명이라도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이여야죠. '연예인들이 공짜 바라고 가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는데, 몹시 바쁜 그들이 싫어하는 브랜드 쇼까지 챙기진 않거든요."

기자들이나 유명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새 상품을 소개하고 활용법을 제안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이제 무슨 브랜드 시계, 어떤 디자이너 드레스 하는 식의 단품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너무 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걸 다른 어떤 것과 어울려 입고,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죠. 그런 스타일 제안도 제가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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