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만원 지폐 '비용절감 VS 뇌물 고액화' 뜨거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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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화폐 제도와 관련해 고액권 발행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맞붙어 첨예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폐 중 최고액권은 30년 이상 1만원권이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찬성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최고액권 액면 보유국"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우제창 의원은 "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최고액권 액면 보유국"이라고 지적하며 "1인당 국민소득을 지폐로 바꾸어 보관할 경우 우리나라는 1211장이 필요한 반면 OECD국가들은 평균 130장만 있으면 된다"고 비교했다.

실제로 영국, 벨기에 등 선진국들은 경제규모 확대, 소득수준 향상,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새로운 고액권을 발행해오고 있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고액권 대용으로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통용되고 있는데 수표의 평균 유통기한은 8일, 즉 8일 후에는 다시 은행에 들어가 보관되게 돼 있다.

이에 반해 수표의 발행비용은 1만원권의 무려 50배라는 것이 우 의원의 지적.

우 의원은 고액권 발행이 과소비와 물가상승을 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 "2000년대 들어 물가는 전례없이 안정된 수준에서 조절되고 있다(부동산 제외)"며 "지난 외환위기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 정착한 합리적 구매 패턴을 생각하더라도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우 의원은 "화폐제도의 개선은 수표발행 및 보관비용 절감, 은행권 발행과 유통물량 감소에 의한 비용 절감, 국민편익 증대 등 많은 이득이 있다"며 "지나친 우려로 '상식'에 근거한 당연한 이득을 차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고액권 발행? 행복에 겨운 고민"

반면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거세게 일고 있다.

경실련 박완기 정책실장은 고액권 발행 관련 논의에 대해 "행복에 겨운 고민"이라고 비난했다.

가계부채의 급증, 부동산 투기의 만연과 집값폭등, 양극화의 심화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불안의 그림자가 확산되는 현 상황에서 섣부른 고액권 발행은 경제불안을 가중시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

뿐만 아니라 박 실장은 금전거래들이 우리 사회에서 초래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대선 때마다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개선되지 않은 채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은 정치자금에 관한 부분을 덮고 넘어버리려는 정치권과 기업인 및 정치인들에게 재량권을 남용하는 사법부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실장은 "고액권의 발행은 불법 정치자금의 조성을 더욱 용이하게 하며 음성적 거래의 단위를 더욱 고액화 시켜 사회부패를 더욱 증대시킬 소지가 다분하다"며 "사용자 편의가 증대되고 수표발행 비용이 절감된다 해도 고액권 발행이 부를 사회적 부패비용이 보다 커질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나 유로화 등이 고액권 화폐가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비약"이라며 "부동산투기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자금거래의 투명화에 정치권과 해당기관은 먼제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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