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에는 세계경제 회복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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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걸프전쟁에 막대한 전비를 쏟아붓고 있는 미국은 벌써부터 걸프전쟁이 미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는 최신호에서 걸프전쟁은 오히려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편집자주>
◇전쟁과 성장
걸프전쟁은 단기전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으나 장기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불경기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내년말부터 92년중반 사이에 기대되는 경기회복이 둔화 또는 지연되고 현재 7.5%에 달하는 실업률이 9%까지 치솟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전쟁은 경기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경기활황을 가져오는 것이 정설이다.
20세기 들어 미국은 전쟁을 치를 때마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실업률도 크게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엄청난 전비지출로 인해 종전 직후에는 당분간 인플레가 찾아오고 전쟁 자체로 인한 손실도 만만찮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경제적 재앙」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전쟁 경험
제2차 세계대전은 세계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준 대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은 8년간에 걸친 뉴딜정책에도 불구,1940년 실업률이 14.6%를 기록하는등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사태는 일변,급속한 경기회복세로 돌아서게 된다.
특히 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후부터는 경이적 신장세를 보이기 시작,그후 5년간 연평균 12.5%의 실질GNP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 경제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자생력을 갖추었다.
전전 10년동안 실업률은 평균 19%였으나 전후 10년간은 평균 4.2%에 불과했다.
가격통제,배급,정부의 주요자원 할당 등 전시총동원체제를 갖췄던 제2차 세계대전을 현재 진행중인 걸프전쟁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50∼53년의 한국전은 여러면에서 걸프전쟁과 흡사하다.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인기없는」전쟁이었으며,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전쟁이었다. 전비도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규모였다.
이같은 악조건이었지만 미국은 경제적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다. 실질GNP 상승률이 전쟁전인 49년부터 전쟁이 끝난 53년 사이에 기록한 6.1%를 거의 두배이상 상회하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베트남전쟁에서도 처음 5년동안은 경제활황이 계속됐다. 64∼69년 실질GNP는 4.4% 증가했고 69년에는 실업률이 3.5%로 떨어져 한국전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전쟁은 경제의 수요측면을 자극한다. 군사비 지출은 바로 공장의 주문고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정책을 통해 연방준비금을 높인다하더라도 활황국면을 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오히려 감세로 연방정부의 적자가 누적되는 편이 「경기숨죽이기」에는 더 유효할 것이다.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역기능은 공급측면에서 나타난다. 인플레가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 전체의 생산력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피해
군사행동은 경제에 장·단기적으로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전쟁이 자국영토내에서 벌어진다면 국가자산이 상당부분 파괴될 것이다.
더욱이 생산에 투입될 노동력이 전선에 투입되기 때문에 생산이 위축된다.
주요 원자재의 수입선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전쟁은 종종 인플레를 유발하게 되고 이 인플레는 경기후퇴를 통해 흡수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단기적 부정적 요소들중 오늘날의 미국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테러는 물론 걸프전쟁 같은 상황이 미국에서 일어날 일도 없다. 예비군을 소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동력부족현상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석유수입에서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전쟁은 미국 경제에 큰 상처를 입힐 것이다. 예산적자가 누적됨에 따라 결국 기업의 투자의욕이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유에스 뉴스="앤드" 월드리포트><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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