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범국본 릴레이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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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반대 3차 집회가 6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열렸다. 집회가 끝난 뒤 일부 참가자가 쓰레기를 태워 거리에 연기가 자욱하다.안성식 기자

6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폭력사태가 우려된다며 이날 집회를 금지했지만 민주노동당 측의 지원 덕분에 개최가 가능했다. 일부 시위대는 도심에서 밤늦게까지 도로를 점거하는 '게릴라'식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 바람에 교통혼란이 일어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편법집회 논란=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이날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3차 궐기대회를 강행했다. 경찰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10곳에서 열린 시위에 2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마로니에 공원에선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법 규탄집회'만 열릴 예정이었다. 경찰은 범국본의 시위를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협이 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지난달 22일 집회에서 범국본 측이 방화.폭행 등 폭력시위를 주도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노당의 집회는 정당행사로 봐 수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민노당은 범국본에 장소만 제공한 격이 됐다. 오후 2시부터 마로니에 공원에 집결한 5000여 명의 시위대는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 범국본 참여단체 깃발을 들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문경식 전농 의장, 한상렬 통일연대 의장 등 지난달 22일 집회를 주도한 범국본 측 인사들은 '내빈' 자격으로 민노당 집회에 참가했다.

오후 3시30분 "결의대회를 마치겠다"며 종료사를 하자마자 단상에 걸렸던 '비정규직 악법 날치기 통과 규탄집회' 현수막은 '한미FTA 반대 3차 총궐기대회' 현수막으로 바뀌었다. 5분 뒤 "지금부터 본대회를 시작한다"는 사회자의 개회사와 함께 범국본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은 그대로였다.

경찰은 확성기로 "지금 여러분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으니 해산하라"고 경고했으나 강제해산을 하지는 않았다.

◆ 도심에서 게릴라 시위=범국본 측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20분 '광우병 미국 소' 모형을 불태운 뒤 행사를 끝냈다. 이후 민노총.전농.한총련 등 2000명의 시위대는 오후 4시40분부터 20~30명씩 나뉘어 지하철을 이용, 도심으로 이동해 을지로.충무로.퇴계로 등지에서 소규모 기습시위를 벌였다.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FTA 협상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거나 인쇄물을 나눠주면서 길을 따라 행진한 뒤 경찰이 투입되면 장소를 옮기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정부는 지난달 22일 1차 궐기대회에서 터져나온 전국 각지의 정당한 민심을 '기획 폭력' 운운하며 무더기 수배.연행.구속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은 헌법을 유린하는 비이성적 탄압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파된 집행부의 지시사항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을지로 3가에서 재집결한 시위대는 차로를 점거하며 명동 쪽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을지로 2가에 전.의경 수송버스로 차단벽을 설치한 뒤 해산을 종용했다. 결국 경찰과 시위대는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맞닥뜨려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양측 20여 명이 부상했고, 경찰은 27명을 현장에서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범국본의 시위는 오후 7시30분 명동성당 앞 촛불집회로 일단락됐지만 800여 명은 오후 10까지 남아 연행자 석방을 요구했다. 시위대가 도심을 휘젓고 다니면서 퇴근시간대 시내 주요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특히 종로.퇴계로.을지로 등 도심 일대 교통은 극심한 체증 현상을 보였고 여파는 밤늦도록 변두리까지 퍼졌다. 경찰은 이날 전국 1000여 곳에 전.의경 363개 중대와 경찰관 9948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동시다발로 시위가 벌어지면서 속수무책이었다. 시위대를 따라가는 데 급급했을 뿐이었다.

천인성.한애란 기자<guchi@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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