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선발·합훈 등 이견"팽팽|북"공개선발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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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남북한은 15일 판문점 체육회담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3월)등 일부 국제대회 단일 팀 파견 원칙에 합의, 양측관계에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으나 그 실현가능성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단일 팀의 단기·단가·명칭 등에는 어렵지 않게 합의했으나 회담 때마다의 쟁점사항인 선수선발과 훈련 및 선수단 구성 등 주요안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이날 한국측은 단일팀 구성과 남북축구 정례화 등 체육교류를 범행해서토의하자는 종전 입장에서 일보 후퇴, 시기적으로 촉박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4월·일본)세계청소년축구대회 (6월·포르투갈)단일 팀 구성을 먼저 토의하자는 북측 안을 대폭 수용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이는 체육교류가 단일팀 구성보다 덜 중요하다는 인식변화에서가 아니라 대회 참가 엔트리 제출 마감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등 시일이 촉박했기 때문.
또 신임 박철언(박철언)체육청소년부장관의 적극적인 단일 팀 실현의지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아 북한측이 의욕만 보인다면 이날 회담은「놀라운」결실을 이끌어 내리라는 것이 우리측 예상이었다.
그러나 북한측은 기조발언에서부터 『체육교류는 단일 팀이 탄생되면 저절로 해결되는 부차적인 문제며 시기적으로 촉박하지 않다』는 등 종전의 태도를 굽히지 않더니 선수선발과 단장선임 등 선수단구성문제에 관해서는 북경아시안게임 때 서로 합의했던 사안마저 간단히 묵살, 회담분위기를 흔들어 놓았다.
북한측은 선수선발은 양측이 선발전 없이 합의해사 선발 할 것과 합동훈련은 대회개최지인 일본에서 전지훈련 삼아 1개월 정도 벌이자고 주장했다.『양측이 전력을 훤히 아는 마당에 대결을 조장하는 선발전은 무의미하며 합동훈련도 서울과 평양에서 왕복해 실시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논리를 폈다.
북측 주장이 사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나 선발전을 대결조장으로 보는 시각엔 무리가 있으며 더구나 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어떻게 선수를 공정하게 선발하느냐하는 한국 측 입장이 더 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합동훈련문제에 관한 북측견해는 더욱 궁색하다.『단일 팀 구성의 제1목표가 민족화합과 통일촉진에 있다』고 회담 때마다 강조해온 북한이 동포가 지켜보는 이 땅을 마다하고 한 달씩이나 외국에서 훈련하자는 주장엔 다른 저의가 있음에 틀림없다.
북한측은 또 단장선임도 남북화해의 차원에서 공동으로 맡자고 주장, 선수수가 많은 쪽에서 맡자는 한국입장에 맞서고있다.
이는 북경아시안게임 단일 팀 구성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사항(선수수가 많은 쪽에서 단장선임)을 수개월만에 뒤집는 것이며 더구나 현지에서 두 명의 단장이 필연적으로 벌일 모순된 언행에서 선수단 운영이 순항할 리가 없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북측은 남북한 체육강장들이 지난해 북경과 평양에서 타결했다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92올림픽·삼지연 동계아시안게임의 단일 팀 구성 우선 토의」라는 합의사항을 회담진행의 유리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교류를 뒷전으로 미루는 명분이 이것이다. 우리측은 장기적 관점에서 회담전략상 실수를 범한 셈이다.
설사 이번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의 단일 팀이 극적으로 구성된다해도 우리측은 다음의제로 통일축구 등 교류정례화 문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비해 북측은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일 팀 구성을 회담의제로 제의할게 확실시돼 체육회담의 앞날은 「산 넘어 산」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정부내의 일부 대북 관계 적극 론 자들이 「결실」의 매력에만 눈이 어두워 또 이와 같은 「과속」에 몰입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경계의 소리도 들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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