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천 <서강대교수·신문방송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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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 해 우리 방송은 상업방송의도입을 골자로 하는 방송구조개편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그로 말미암아 방송은 골병이 들어 그 후유증이 쉽사리 치유될 것 같지 않다.
방송법 개정 절차상의 정당성과합법성의 문제가 언젠가는 역사의심판을 받을 과제로 남아 있으며 방송종사자들이 입은 심리적 상처가 깊고 교육방송의 관영화가 초래할 휴유증, KBS-2TV의 문화채널화 추진,예견되는 지방방송의 대폭허가와 맞물리는 MBC 위상의 불확실성등으로 인해 우리 방송은 상당기간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란과 진통은 말할 것도 없이 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필요와는 상관엾이 정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방송을 지배하려는 데서 초래된 것이다.
방송이 수행하는 언론과 문화기능의 막중함을 도외시한 채 정치권력과 방송관련 산업자븐의 이익만을 위해 방송제도를 함부로 바꾸는 편의주의가 지양되지 않는 한 우리방송의 장래는 비관적일 수 밖에없다.
CATV의 도입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어떻든 이제 우리는 공영과 사영방송의 공존시대를 맞게 되었다.공영방송으로 남을 KBS를 제외한모든 방송은 상업방송이 될 것이며, 그에 따라 시청률경쟁이 치열해 질 것은 너무도 명확하다.
시청률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상업방송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에아무리 건전한 방송을 할 의지를지닌 사영방송일지라도 저질 오락방송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게된다.
이에 따라 공영방송의 시청률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을 시청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시청자들이 시청료를 제대로 납부할 까닭이 없다. 그 결과공영방송의 재원 확보가 어려워질것이며, 따라서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공영방송은 소수의 취향도만족시키지 못하는 허수아비방송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시청료를 국세처럼 강제로 징수할수 있는 현실도 못된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우리 방송의 과제는 시컹취자가 원하는 것과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어떻게 균형있게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할 수 있다.
그러나 상업방송은 자본의 논리상 어쩔수 없이 시청취자가 원하는 것, 다시말해 흥미에 영합하는문화내용을 제공할 수 밖에 없을것이므로 결국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은 공영방송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만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진정한 공영방송을 정착시키는데 모든 지원을아끼지 말아야 한다.
KBS로 하여금 좌절과 침체를 극복하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공영방송이 되게끔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구호로서만이아닌 방송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을 투철하게 인식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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