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도 울고 갈 효심의 스매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일본과의 단체전 결승에 나선 김경련이 두 번째 단식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도하=김민규 일간스포츠 기자

"엄마 아빠, 사랑해요."

지갑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부모님의 사진을 꺼내자 화장기 하나 없는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글썽거렸다.

4일(한국시간) 도하 칼리파 정구장에서 벌어진 여자 정구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건 김경련(20.안성시청)의 부모는 장애인이다. 아버지 김창환(50)씨는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불편하고, 어머니 이순례(49)씨는 청각 장애인이다. 부모는 경기도 송탄에서 만두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정구 여자 대표팀의 지헌수 감독은 김경련을 편애하는 것 같다.

"경련이가 운동을 아주 못했더라도 저는 경련이를 아주 좋아했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한 번도 부모님을 창피하다고 여기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밝게 컸어요. 요새 이런 아이가 어디 있습니까."

정구인들은 "국내에서 경기할 때 경련이 어머니가 관중석에서 수화로 딸을 응원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김경련은 심청이보다 더한 효녀다. 공양미 300섬보다 더 큰 선물을 최근 부모에게 안겨드렸다. 만두가게를 운영하느라 손이 마를 날이 없는 어머니를 위해 송탄에 27평짜리 아파트를,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선 SM5 승용차를 사드렸다.

"아파트나 자동차를 사는 데 큰돈을 썼지만 저는 부모님에게서 그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은행돈도 좀 빌렸고 내가 돈을 버니까 자동차도 할부금을 내면 돼요."

경기도 안성 백성초등학교 5학년 때 정구를 시작한 김경련은 이후 거의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한눈을 팔 수 없었어요."

실업팀에 입단한 뒤에도 얼굴 단장하는 데나 노는 데 돈을 쓰지 않고 모았다고 한다. 이번이 첫 국제종합대회 금메달이다. 김경련은 "부모님이 집이나 차보다는 내 금메달을 훨씬 더 좋아하실 것"이라며 기뻐했다.

도하=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