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 의료진파견/여야 “불꽃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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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 “불가피한 일”… 표결강행/야 파병이어질까 적극 제동
군 의료진의 페르시아만 파견문제가 야권의 반대로 정치쟁점이 되면서 국회동의안 처리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민자당은 『정치적 타협의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에서 표대결도 불사할 태세지만 야권은 미국의 과민한 통상압력과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국민적 반감에 편승,국회동의안 처리를 저지할 수도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의 페만사태 지원방침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노태우 대통령도 8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직접 군 의료진 파견동의안을 국회에 낼 방침을 밝히고 페만 파병문제를 상세히 설명할 정도.
노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유사시에 대비해서도 필요하다』며 『전투병력 파견은 요청받은 바도,검토한 적도 없다』는 말로 파병이 의료진 수준에 그칠 것임을 분명히 못박았다.
정부나 민자당측은 유류의 안정적 공급이란 측면뿐 아니라 통상문제등으로 상당히 냉각된 한미 관계의 개선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따라서 우리가 직접 전투에 개입하지 않는 수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군 의료진 파견이 곧 전쟁참여로 확대될 것이냐는 것. 과거 월남전 개입이 의료진(비둘기부대) 파견에서 병참·공병지원→전투병 파견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번 파견되는 의료진은 1백20명의 의료진에 80명 정도의 지원병이 함께 가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부에 주재,다국적 연합군을 지원한다.
경비병이 따라가기 때문에 개인화기는 소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정도이며 전쟁이 지구전화 되지 않는 한 다른 형태의 전투지원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민자당측은 이 점을 주로 설명하고 있다.
민자당측은 평민당과 민주당도 이 문제의 불가피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고 보고 동의안 상정 자체를 저지하거나 극한투쟁으로 나올 것으로까지는 보지않고 있다.
다만 파병 반대여론을 의식,야당측이 반대입장을 천명하는 것으로 보고 의료진 파견의 명분을 개발,최대한 설득하되 야당이 끝내 반대하면 다수결로 처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평민·민주·민중당 등 야권 3당은 정부의 군 의료진 파병방침을 반대한다는데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페르시아만 사태가 60년대 월남전과는 다르다는 점 ▲유엔의 결의가 있다는 점 등을 인식하고 있고,극렬저지­날치기 통과의 파행국회가 재연될 경우 쏟아질 비난여론을 감안해 보다 이성적 대응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군 의료진 파견문제를 원내외 투쟁으로 확산시켜 월남전 파병반대 시위같은 전면 대결양상을 벌일 생각은 없으며 다만 이번 기회에 지원확대→파병 가능성에는 명백한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방침인 것 같다.
○…평민당은 정부방침이 발표되자 ▲군 의료진 파견→지상군 파병의 월남전 경험 ▲이미 2억2천만달러의 경제적 지원을 한 사실 등을 들어 반대입장을 밝혔다.
평민당측은 『다른 형태의 지원은 몰라도 파병은 절대 반대』라고 밝히면서 군 의료진 파견은 곧 파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평민당은 김대중 총재와 노태우 대통령의 영수회담을 제의하면서 페만문제등 여야간 시급한 공동 논의사항을 논의하자고 의제에 포함시켜 놓고있다.
평민당은 극렬용어를 구사하고 있는 다른 두 야당에 비해 실리차원의 국익계산으로 파병을 반대하는 논리를 밝히고 있다.
즉 이라크가 우리를 적대하면 건설회사 미수금 10억달러를 받지 못할뿐 아니라 석유의 안정적 공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전쟁으로 인한 유가폭등으로 미·일·유럽국가들이 받는 고통보다 훨씬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총재의 한 측근은 9일 『국회에서 실력저지 보다 엄중한 반대토론에 중점을 두는 방향이 될 것 같다』고 말해 국회에서의 반대방법이 이론투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야권 3당은 파병에 한목소리로 반대는 하고 있지만 한몸짓으로 공동행동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김두우·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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