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규모축소 등 "생존 전략"|최대 전자사「로보트론」중기로 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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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구동독 드레스덴에 있는 드레스덴 컴퓨터 전자회사(CED)는 종업원 2천5백명의 전자회사로 통일 독일에서 구동독 기업의 자본주의화 경험의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CED사는 독일통일전 동구 최대의 전자회사로 로보트론을 모체로 해 최근에 설립된 회사다.
CED사는 지금 구서독의 지덴스사의 기술 및 자금지원으로 자본주의에 적응, 독일 통일 이후 대부분의 구동독 기업이 겪고있는 도산위기를 넘겨보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CED사의 모체였던 로보트론은 한때 동유럽에서는 가장 뛰어난 기술수준과 생산능력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던 전자회사였다.
그러나 지난 7월2일 동서독의 경제통합 이후 로보트론은 도저히 자본주의적 경쟁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나 CED사와 같은 중소기업으로 분해됐다.
이러한 분해는 그나마 일부만이라도 살려보자는 노력에 따른 것.
이와 같은 로보트론의 분해과정과 CED사가 직면해 있는 난관들은 경제통합이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구동독의 기업·국민들이 겪어봤고 겪어야할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통합 이후 구서독은 가능한 한 많은 수의 구동독 기업들을 구제하려고 애써왔다. 그런 과정 속에서 구동독 기업들은 로보트론처럼 분해되거나 많은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본 정부의 경제계획입안자들은『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이 방법만이 구동독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구화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CED사가 지멘스와 제휴관계를 맺기까지 협상은 6개월이나 걸렸다.
이제 CED사는 지멘스가 설계한 개인용 컴퓨터·고성능 단말컴퓨터·컴퓨터 본체 등을 생산, 동유럽과 소련에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멘스는 CED사를 재정비하는데 필요한 기계와 기술, 설비투자를 위한 은행대출보증 등을 제공하고 5년 뒤엔 이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기에는 수많은 난관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우선 CED사의 제품을 구입할 동유럽 각국이 어떻게 돈을 마련할 것인가가 큰 문제다.
이에 대해 CED사는 종래의 구상무역방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소련은 원유·천연가스를 제공하고 지멘스가 이를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그밖에도 독일이 소련군 철수비용으로 제공하는 7O억 달러에서 제품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CED사가 이런 방식으로 2년 이상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로 지적되는 것은 구동독 노동자들의 근로의욕과 사기가 크게 저하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거 구동독 노동자들은 작업 원자재가 수요일이나 목요일이면 동이나 1주일에 3∼4일은 쉴 수 있었다.
그러나 구서독에서는 근무시간 내내 원자재가 끊임없이 공급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이런 상황에 질린 구동독 노동자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기 일쑤다.
CED사와 같은 구동독 기업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동유럽각국에 같은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사례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웃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소련 등의 나라에도 밝은 전망을 제시할 것이며 이미 동유럽 각국의 최대 교역국인 통일독일은 과거 어느때보다 더 동유럽지역에서 막강한 힘을 갖게될 것이다. <강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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