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투자 권유받고 인수한 것 외환은 지분 당장 매각할 계획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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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기소가 임박한 가운데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사진) 회장이 3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정치화' '증거 왜곡'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검찰의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또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국민은행과의 재계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검찰의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는 어떤 매각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레이켄 회장과의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 검찰 수사 관련

-검찰 수사가 왜곡.편향됐다고 생각하나.

"한국의 법체계와 검찰의 수사권을 존중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를 정치화했으며 매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연하게 증거를 왜곡했다. 또 법원의 (영장) 기각 이후 그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집단 e-메일을 보내며 론스타가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하는가 하면 론스타와 직원들에 대한 진실되지 못한 주장을 하는 등 한국 국민을 오도했다."

-결백하다면 일단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론스타가 협조적이지 않다는 검찰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론스타는 (검찰이) 요청한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 모든 임직원이 검찰의 모든 소환에 응했고 심지어 한 직원은 60회 이상 소환되기도 했다. 유회원 사장은 25차례 이상 검찰의 소환에 응했다.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변호사가 조사에 응하지 않은 단 하나의 이유는 검찰이 '(두 사람)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하겠다'고 말해 왔기 때문이다. 톰슨 변호사는 여러 차례 한국에 와 이미 100시간 이상 수사에 응했다. 수사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하는 (검찰의)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 외환은행 재매각 관련

-이번 계약 파기의 주된 이유는 뭔가.

"계약 조항에 따라 검찰이 조사를 마치기 전까지는 국민은행과의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없었다. 검찰은 여러 번 수사기간을 연장했고 현 시점에서는 수사의 종결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 계약 마감일을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이 계약 파기 원인이다."

-국민은행과 재계약 가능성은 없나.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는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에도 계약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외환은행 매각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검찰이 밝힌 수사 마무리 시점은 기소중지된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가 끝나는 시점이다. 문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다고 검찰이 기소할 경우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이에 대한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의혹이 해소되기 힘들다. 이 경우 이르면 1년 반~2년, 늦어지면 4~5년 뒤에나 외환은행 재매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론스타 측을 기소하지 않으면, 수사 마무리 이후 외환은행 재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매각을 위해 접촉하고 있는 투자자가 있나.

"현재 재매각을 위해 접촉하고 있는 투자자는 없으며, 당장 외환은행의 지분을 매각할 어떤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내년 배당은 어느 정도 원하나.

"외환은행 이사회가 절차에 따라 재무상태를 검토할 것이며 주주의 이해와 외환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 관련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언제 그 같은 사실을 알았나.

"한국 변호사들은 정부 감독기관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기 전까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검찰에 따르면 론스타가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국장에게 10억 달러 규모로 외환은행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는데.

"론스타는 당시 외환은행이 고용한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았고, 이에 답했다. 외환은행 이사진은 여러 투자자 중에서 주주의 이해를 가장 잘 반영한 론스타의 계획안을 선택했다. (한국) 정부는 정책을 제공했고, 거래를 감독했다."(※'정부가 정책을 제공했다'는 답변은 감독기관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부분을 의미하는 듯.)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처음 지분 인수를 제안했을 때 외환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나쁘지 않았다는데.

"외환은행 인수 당시 시장 가격에 13%의 프리미엄을 붙여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외환은행에도 우리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들처럼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돼야만 했을 것이다. 론스타는 투자 전에 외환은행 재무상태를 분석한 결과 자본적정성 비율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종선 변호사는 론스타를 위해 한국 정부에 로비한 역할로 돈을 받았나.

"하씨는 변호사로서 여러 조언을 했고 국제기준에 따라 법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았다.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에 수출입은행.한국은행.코메르츠은행 대표들도 포함돼 있었다. 그들 모두 론스타의 투자가 외환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최고의 계획이라는 데 동의했다. 금융당국이 주주 이해에 반하는 인수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 외환카드 주가 조작 관련

-검찰은 외환은행이 외환카드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막고 주가를 하락시킨 뒤 합병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는데.

"외환은행은 (모기업인) 은행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외환카드를 구제하는 것에 대해 주저했다. 외환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강력한 제의로 외환카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에서 감자(減資) 계획을 결정했으나 이후 외환카드 채권단들이 채권 연장을 계속 거부해 감자 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미국의 경우라면 이사회에서 감자 계획을 논의해 주주들에게 공개한 뒤 이를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나.

"미국에서는 이사회가 선의를 가지고 내린 결정을 발표하고 난 뒤 예기치 않은 시장 변화에 따라 일주일 뒤에 다른 결정을 발표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감자 신청은 조정 자기자본비율 2% 이하 때만 가능해 2003년 9월 말 기준으로 이 비율이 10.51%였던 외환카드에 감자 명령을 내리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주장인데.

"외환카드의 자기자본비율이 10%대였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만약 그것이 정확한 수치였다면 당시 채권자들이 만기 연장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 이달용 부행장이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한 일이 있나.

"외환은행 이사회는 주주에 대한 선관(善管)의무에 따라 외환카드의 파산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해결책이 제공될 때에만 (유동성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외환은행 이사회가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대상은 외환카드가 아니라 외환은행의 주주이며, 이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었다는 설명.)

-올 4월 외환은행 매각 차익 중 1000억원을 한국에 사회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겠다는 약속은 유효한가.

"계획에 변함이 없다."

-론스타 펀드 투자자 중 한국 관련 인사나 기업 등은 없는가.

"어떠한 한국인 또는 한국 기업도 없다. 론스타 펀드의 투자자들은 세계 최대의 금융기관들이며 대부분 연기금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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