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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 경제를 다시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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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3고(高)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주장이 회자된다. 고금리·고유가·고환율로 구성된 3고는 연평균 GDP 성장률 12% 수준의 유례없는 호황을 가능케 했던 1980년대 후반의 3저(저금리·저유가·달러약세)와 얼핏 대조되는 흐름이다. 금리와 유가가 당시와 정반대 모습이고 고환율은 달러강세에 따른 것이니 그렇게 보일만 하다.

속내를 보면 동의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고환율을 보자. 전 세계적 통화완화로 3년째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물가를 더욱 자극한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지만 수출제조업 위주의 한국 경제에서 고환율이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3저 호황 당시 달러가 현재와 반대로 약세였지만,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한국의 수출 경쟁국 일본의 엔화가 초강세를 띠면서 환율 면에서 수출경쟁력이 강화됐다. 최근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의 실적 호조가 고환율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에서 환율 측면에서는 3저 호황 당시와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고유가와 고금리의 경우 우리 경제에 분명히 부담 요인이다. 고유가는 여러 상품과 공공요금의 인상요인이다.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 역시 비용상승 요인으로서 설비투자를 억누르고 영세자영업과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배가한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부정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고환율 효과의 양면성을 인정하면, 3고가 성장세를 억누른다는 주장의 설득력은 다소 약화된다. 내수부진에도 불구,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3.4%나 성장한 것으로도 3고의 긍정적 효과가 확인된다.

경기 효과가 불명확하지만, 확실한 것은 3고가 추세적으로 진행돼 온 소득불평등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다. ‘수출 호조, 내수서비스 부진’은 거칠게 말하면 대기업은 좋지만, 영세 자영업은 힘들다는 말이다. 또한 주로 농산물과 공공요금 등에 기인한 고물가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고금리도 마찬가지다. 고금리는 금융상품의 수익을 전반적으로 높여 고소득층에게는 자산증식의 호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순채무를 지닌 저소득계층과 영세자영업자에게 이자 부담을 높인다.

3고나 신3고의 영향을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3고가 모두 외부 요인이고 글로벌 추세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체념적 결론에 따라 정부가 손 놓고 바라만 본다면 소득불평등 가속화를 방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실효성 있는 물가안정 대책을 서둘러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내수진작을 위해 다양한 수단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운용과 세제개편을 포함해 포용적 성장을 위한 중장기 어젠다를 설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추진해야 한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