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국방 분야 FTA로 진화할 수도…궁극적으론 한국에 긍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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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AUKUS·미국, 호주, 영국 간 안보 동맹)의 '필러 2'는 국방 분야의 FTA(자유무역협정)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의 어베 르마위 책임연구관은 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커스가 FTA와 비슷한 협상력을 갖게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원국 간 무역 증진과 경제 통합을 꾀하는 FTA처럼 오커스가 진입 가치가 높은 안보 이해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호주의 외교안보전략 전문가들. 왼쪽부터 앤드류 카 호주국립대 부교수, 유안 그레이엄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 레베카 스트라팅 라트로브대 교수, 어베 르마위 로위 연구소 책임연구관. 박현주 기자.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호주의 외교안보전략 전문가들. 왼쪽부터 앤드류 카 호주국립대 부교수, 유안 그레이엄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 레베카 스트라팅 라트로브대 교수, 어베 르마위 로위 연구소 책임연구관. 박현주 기자.

오커스는 재래식으로 무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제공하는 계획과 관련한 필러 1과 인공지능 등 8개 분야 첨단·방산 기술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필러 2로 구성돼 있다. 필러1은 비확산 이슈 등을 고려해 기존 오커스 3국만 참여하는 것으로 제한했지만, 필러 2는 사실상 대중 견제에 필요한 기술 협력을 위해 한국,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참여가 열려 있는 상황이다.

르마위 책임연구관은 "오커스는 국방·기술 협력체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일종의 외교적인 클럽처럼 비쳐서 한국을 비롯한 비회원국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게다가 아직 필러 2의 경우 불확실한 측면이 많아 여러 추측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오커스의 발전 시나리오와 관련해선 "회원국끼리 기술을 공유하고 국방 분야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창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미국이 유지하던 관련 분야 규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커스 3국 간 협의가 우선이니 시기상조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면서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어베 르마위 로위 연구소 책임연구관. 박현주 기자.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어베 르마위 로위 연구소 책임연구관. 박현주 기자.

이날 간담회에는 호주 외교안보 분야의 석학 4명이 참석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호주와 한국은 해상 안보 등에서 이해관계를 같이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레베카 스트라팅 라트로브 대학 교수는 최근 중국 전투기가 대북 제재를 이행하던 호주 해군의 헬리콥터를 향해 조명탄을 쏜 일을 언급하며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호주는 해상에서 항행의 자유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며, 양국을 비롯한 통상 국가에는 바닷길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고 분석했다. 스트라팅 교수는 또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분쟁의 평화적인 해결' 등 문구가 호주의 인태전략과 매우 유사하다"고도 분석했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레베카 스트라팅 라트로브대 교수. 박현주 기자.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레베카 스트라팅 라트로브대 교수. 박현주 기자.

호주의 국방 전략이 최근 '선택과 집중'으로 노선을 틀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앤드류 카 호주국립대 부교수는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호주의 전략적인 환경은 안정적인 편이라 유엔이나 미국과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아시아 국가와도 긴밀하게 경제 협력을 했다"며 "그런 안정적인 시절에도 호주 국내에선 미국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중국과 관계는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의견은 줄곧 엇갈렸다"고 진단했다.

카 부교수는 그러면서 "수십 년 전만 해도 호주군이 전 세계를 무대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호주군이 반드시 집중해야 할 분야는 어디인지를 찾아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식으로 노선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앤드류 카 호주국립대 부교수. 박현주 기자.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앤드류 카 호주국립대 부교수. 박현주 기자.

유안 그레이엄 호주 전략 정책 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는 2020년 중국의 무역 제재 등을 언급하며 "호주 또한 한국이 당했던 2017년 사드 보복처럼 경제적 강압을 받은 적이 있고, 지금도 일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는 중국을 향해 공식적, 비공식적 제재를 멈추고 관계를 정상화하라는 의미에서 '안정화'(stabilization)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애널리스트는 그러면서 "중국발 강압 정책은 중국과 교류하는 국가라면 모두 직면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밀착하는 현상을 가리켜 "이는 한반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복잡다단하고 긴밀하게 전세계와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유안 그레이엄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 박현주 기자.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난 유안 그레이엄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 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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