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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 못좁혀 불발…20일 남은 연금개혁, 이런 차선책도 있다 [view]

중앙일보

입력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유경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여야 간사가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종료 및 출장 취소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유경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여야 간사가 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종료 및 출장 취소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안 합의 실패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는 8일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에서 합의 실패의 책임을 상대방에 돌렸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위해선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은 물론 구조개혁 논의도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소득대체율 2%p 차이 때문에 (합의를) 무산시킨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연금개혁 의지가 처음부터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소득대체율을 현 40%에서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것”이라며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2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여야는 8일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재협상의 불씨를 살리려고 양쪽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7일 협상에서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3%' 안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5%'로 맞섰다. 보험료를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소득대체율 2%p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p 차이 때문에 합의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차이라는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4%로 합의하면 어떠냐"고 제안한다. 양 교수는 "보험료를 인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일단 올려서 시간을 벌어놓고 5년 후 추가적인 개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보험료를 19.8%로 배가 넘게 올려야 한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서는 지난해 15%를 다수 의견으로 모았다.

 하지만 현행 9%의 보험료를 15%로 올리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 자영업자나 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중간 단계인 13%로 먼저 올린 후 후일을 도모하는 게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볼 수 있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면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거나 최소한 올해 수준(42%)에서 동결하는 게 좋다. 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매년 0.5%p 줄고 있는데, 올해 42%이고, 2028년 40%로 낮아진다.

 그런데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 숙의 토론에서 소득대체율 50%(보험료 13%) 안이 다수 안으로 선택을 받았다. 공론화 조사에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 다수 안 그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은 개악이다. 이런 지적이 일자 여야가 대안으로 각각 43%, 45% 안을 냈지만, 여기에서 막혔다.

 중요한 것은 1998년 이후 9%로 묶인 보험료율을 26년 만에 13%로 올리기로 합의한 점이다. 양재진 교수는 "보험료를 올려놓고 5년 후 경제 상황 등에 맞춰 연금급여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등의 구조개혁을 하면 된다. 이번에 그냥 가면 5년 후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 일정도 개혁에 우호적이지 않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연금특위 구성부터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고, 2년 후 지방선거, 3년 후 대선이 이어진다. 앞으로 남은 21일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양 교수 제안대로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4%' 안을 시행하면 어떻게 될까. 대체율 2%p를 올리는 데 보험료율 1%p 인상이 필요하다. 대체율을 40%에서 44%로 4%p 올리면 보험료 인상분 2%p가 상쇄된다. 보험료를 13%로 올릴 경우 순수한 보험료 인상 효과는 2%p이다. 효과가 그리 작지만은 않다. 기금고갈 시기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늦춰진다. 내버려 둘 때보다 2093년 누적적자가 3738조원 줄어든다. 여당 제안(13%-43%)보다 580조원 절감 효과가 덜 하지만 야당 제안(13%-45%)보다 972조원 더 아낄 수 있다.

 2007년 연금개혁 이후 17년 허송했다.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재정안정론자(보험료 인상을 중시)와 소득보장론자(소득대체율 인상을 중시)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한발도 못 나갔다. 22대 국회에도 갈등이 이어질 게 뻔하다.

 물론 '13%-44%' 중재안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협상을 하려다 보니 이런 절충안들이 나온 것은 이해하지만, (여야 협상안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보인다. 비전과 원칙이 없는 임시방편(ad-hoc)의 대안은 연금제도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이사장은 "소득대체율 인상은 개혁의 역주행이다. 연금액을 높이려면 대체율을 인상할 게 아니라 가입기간 연장과 연금소득월액 상한 상향 등의 재정 중립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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