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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재훈의 음식과 약

불안을 낮추는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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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운동하라. 불안한 마음을 진정하고 싶다면 움직여라. 최신 연구결과는 그렇게 말한다. 올해 4월 ‘미국의학협회지 소아과’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체력이 좋은 청소년일수록 우울, 불안, ADHD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낮았다.

과거에도 비슷한 연구가 여러 건 있었다. 하지만 주로 설문조사에 근거한 것이었다. 반면 이번 연구는 대만에서 190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여 전국 학생 체력 테스트 자료를 의료 보험 연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 분석한 결과이다. 유산소 운동능력은 800m 달리기 시간, 근지구력은 윗몸일으키기 횟수, 근력은 제자리멀리뛰기 기록을 활용했다. 그 결과 운동능력이 좋을수록 정신건강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게다가 운동능력과 정신건강 질환위험에는 양적 비례관계가 있었다. 800m 달리기 기록이 30초 빠를수록 여학생의 불안장애, 우울증, ADHD 위험이 낮아졌고, 남학생은 불안장애 위험이 낮아졌다. 윗몸일으키기 횟수가 분당 5회 더 많으면 남학생의 경우 불안장애 위험이 낮아지고 여학생은 우울증, 불안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더 낮았다. 운동으로 심폐기능과 근력을 끌어올리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체력은 집중력에도 중요하다. 올해 1월 발표된 독일 연구결과에 따르면 체력이 좋은 청소년일수록 주의력, 집중력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지구력, 근력, 협응력, 유연성이 높으면 주의력도 높은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15~18세 청소년 140명을 대상으로 운동능력과 주의력 테스트를 각각 시행하여 분석한 결과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게 좋을까? 학교에 걸어가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3만4000명 이상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023년 핀란드 연구 결과,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등교하는 학생이 자동차로 등교하는 학생보다 학업성적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컸다. 쉬는 시간에 운동하는 학생일수록 학교에서 번아웃될 가능성도 작았다. 일주일에 30분 중간 강도에서 격렬한 강도 운동을 하면 번아웃 위험이 24% 낮게 나타났다. 일주일에 4~6시간 운동하는 청소년은 활동량이 적은 학생보다 번아웃 위험이 46% 낮았다. 물론 이런 연구를 통해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연구결과를 볼 때마다 내가 중학교 때 왕복 3㎞ 정도를 매일 걸어서 학교에 다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요즘에는 TV만 켜면 자녀 또는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방송에서 다루는 사례는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가벼운 불안감, 우울한 기분을 경험할 때는 멍하니 그런 장면을 보느니 가족과 함께 또는 홀로 집 주변이라도 한 바퀴 도는 게 낫다. 정신 건강에도, 신체 건강에도.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