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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괴벨스' 김기남 前비서 사망…김정은 장의위원장 맡아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오전 2시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비서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보통강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일 오전 2시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비서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보통강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일성 주석 때부터 3대(代)에 걸쳐 북한 노동당의 선전선동 업무를 주도, 북한의 '괴벨스'로 불려온 김기남 전 당 선전선동 비서가 7일 사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빈소에 방문해 조의를 표하고 국가장의위원장을 맡는 등 각별히 예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2022년 4월부터 노환과 다장기기능부전으로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김기남 동지가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2024년 5월 7일 10시 애석하게도 94살을 일기로 서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기남 동지는 우리 혁명의 사상적 순결성을 고수강화하고 사회주의 위업의 줄기찬 승리를 정치적으로 굳건히 담보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평가했다.

통신에 따르면 고인의 시신은 평양 보통강 서장회관에 안치됐으며, 9일 오전 9시에 발인할 예정이다. 김정은은 8일 오전 2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했으며, 직접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장(國葬)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이처럼 김정은이 새벽에 직접 조문하고 장의위원장까지 맡는 건 김씨 일가 우상화에 평생을 바친 '충신'을 예우함으로써 측근들의 충성을 더욱 독려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또 최근 사상 통제에 몰두하는 김정은으로서는 김기남 같은 선전선동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아쉬움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비서. 노동신문, 뉴스1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비서. 노동신문, 뉴스1

북한에서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조직지도부와 함께 수레의 양쪽 바퀴처럼 체제를 지지·견인하는 핵심부서다. 북한의 '괴벨스(독일 나치 선전장관으로 선동정치 주도)'로 불린 김기남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국제대학에서 유학했고, 1960년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조선기자동맹위원장, 당 이론지인 「근로자」책임주필, 당 기관지 노동신문 책임 주필, 당 역사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선전 선동 전문관료다.

그는 특히 김일성 주석 시기인 1980년대 중반부터 30년 이상 노동당 선전담당 비서를 역임하면서 김씨 일가의 우상화와 체제선전, 주민들의 사상학습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장례 운구차 옆을 지킨 8인방에 들었으며, 8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직책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7년 10월에 열린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 주석단 명단에서 배제되면서 당 부위원장과 선전담당 비서 등 공식 직책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당 선전선동부 고문 직책을 맡아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을 돕는 후견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김기남은 서울에도 수차례 방문했는데, 2005년 8·15 민족대축전 당시 북측 대표단장으로 방남해 북한 정치인 중 최초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2009년 8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에 왔고,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해 김정일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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