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산타클로스(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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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온누리에 울려퍼진 24일 오후 서울 상계동 성모자애보육원에는 귀여운 「꼬마 산타클로스」가 찾아들었다.
성모자애보육원은 국민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고아 80여명이 오순도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보금자리.
어머니 손에 이끌려온 발그레한 뺨의 소년은 수줍은듯 라면박스에 담아온 햄버거 1백개를 원장 차요한수녀(50)에게 조심스레 내놓았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햄버거를 이곳 친구들과 나누어 먹고 싶었어요. 저는 부모님이 계셔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여기 친구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1년동안 모은 돼지저금통을 깨 햄버거를 마련해온 소년은 자신을 「수유동에 살고있는 국민학교 3학년」이라고만 소개할뿐 이름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소년의 기특한 뜻을 알게된 햄버거집 아저씨도 1ℓ짜리 오렌지주스 10병을 선뜻 내놓아 소년은 햄버거와 함께 음료수도 가져왔다.
『앞으로도 매년 찾아와 이곳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요.』
소년은 곧 꾸벅 절을 한뒤 보육원의 문을 나섰다.
소년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꼬마 산타클로스는 3년전에도 1년간 모은 5만원을 가져와 친구들의 찬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이날 오후7시 성탄 미사가 끝난뒤 식당에서 열린 흥겨운 여흥시간.
햄버거와 오렌지주스를 나눠받은 원생들은 「꼬마 산타클로스」의 선물임을 전해듣고 어느 선물보다도 더 멋진 벗을 새로 얻게된 기쁨에 모처럼 환한 모습이었다.
점점 이웃을 잊어가는 차가운 세태속에서 「꼬마 천사」의 선행은 한층 빛나 보였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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