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CEO] 스탠리 게일 더 게일 캠퍼니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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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최고경영자(CEO)라면 사운(社運)을 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아마 HP가 컴팩을 인수하거나 CNN이 AOL과 합병할 때가 그런 때일 것이다.성패는 이후의 일이다.

부동산 개발회사 '더 게일 컴퍼니(The Gale Company)'의 스탠리 게일(53)회장에게는 이 결단의 시기가 2001년 3월 포스코건설과 인천시의 초청으로 처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 찾아왔다. 참전군인인 삼촌을 통해 '한국 전쟁의 나라'라고만 알고 있던 게일 회장은 영종도 공항의 수준에 깜짝 놀랐다. 헬리콥터를 타고 송도 신도시를 상공에서 돌아보면서 그는 10년간 2백억달러를 이곳에 쏟아붓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1년 뒤 게일사는 포스코건설과 각각 지분 7대 3을 투자해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를 세웠다. 지난달 30일엔 신도시 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행사를 위해 방한한 게일 회장을 지난달 31일 단독 인터뷰했다.

-송도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송도 신도시는 게일 컴퍼니가 아시아에서 벌이는 최초이자 최대의 프로젝트다. 사운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지정학적 위치에 끌렸다. 국제공항인 영종도는 물론 서울과도 가깝다. 게다가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과도 가깝다. 동북아 허브 도시의 역할을 훌륭히 하리라 믿는다."

-중국 상하이 등과 비교하면 어떤가.

"상하이는 이미 개발이 끝나 우리 회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과거 아시아 허브였을 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한국의 성장 잠재력도 함께 고려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가장 좋은 나라란 점도 이유 중 하나였다."

-경제특구 개념을 놓고 인천시와 중앙정부가 삐걱거리는 듯 한데.

"중앙정부와 인천시 모두 송도 신도시가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국제학교나 국제병원 등을 만드는 데 대해 이견을 갖고 있지만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으레 있는 일이다. 외국 자본은 가장 편하게 대접받는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든 경제 특구 개념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송도신도시엔 얼마나 투자하나.

"땅구입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벌써 5백만달러가 들어갔다. 1단계인 3년이내에 20억달러를 끌어모으게 된다. 이미 금융회사 3곳이 투자의사를 밝혔다. 10년 동안 2백억달러의 돈이 묶이는 장기 투자긴 하지만 다른 어떤 곳보다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함께 자리한 포스코건설 조용경 부사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1단계로 4억~5억달러를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거들었다.

-개인 회사로 창립해 미국 내에서 5위 안에 드는 개인 부동산 개발회사로 성장한 비결은.

"유능한 임직원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준다.이들은 회장인 나에게 할 말을 다 한다. 송도 투자건도 존 하인즈 부사장이 내게 하자고 권유했다. 계약 후엔 반드시 악수를 하는 등 비즈니스는 인간적인 냄새를 풍겨야 한다는 원칙도 갖고 있다."

-송도는 어떤 도시로 개발되나.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1백67만평에 내년 9월부터 2010년까지 60층 높이의 컨벤션센터와 무역센터 빌딩, 60개동의 오피스빌딩, 특급호텔 4개, 20만평 크기의 골프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단순 상업지구가 아닌 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만들 것이다. 24시간 활기있는 도시가 목표다. 초반 설계는 유명 설계회사인 콘 페터슨 팍스가 맡아 하지만 후반 설계는 빌딩마다 입찰에 부쳐 다양함을 살리겠다. 중앙에 건설되는 8만평 수로는 베네치아의 센 마르코 광장을 모델로 했다. 홍콩.파리.베네치아의 장점이 합쳐진 도시가 될 것이다."

글=최지영.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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