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끼리 교역·투자 증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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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시아국가들의 대미경제의존도가 낮아지는 반면 아시아국가들간의 투자와 교역은 날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일본의 아시아권에 대한 투자급증이 두드러 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30년대 대두됐던 일본에 의한 대동아 공영권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있다.
지난86∼89년 4년간 미국기업들의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투자규모는 30억 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이들3국에 대한 투자는 무려 1백10억 달러에 달했다.
또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이른바 「4소룡」에 의한 투자액도 같은 기간 중 80억 달러에 이른다. 아시아국들 중 선두 5개국의 대동남아3국 투자규모가 미국을 6배 이상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교역도 같은 추세다. 지난86년 아시아국간의 교역량은 이들의 대외교역 전체의 34%에 불과했지만 89년에는 42%로 늘어났고 2000년에는 5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아시아권의 시장 규모는 성장 일로에 있다. 현 추세라면 10년 내 일본과 한국·홍콩·대만·이밖에 아세안 국가 등 아시아시장 규모가 미국과 EC(유럽공동체)를 합친 것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아래 놓여있던 아시아경제의 이 같은 상황변화가 결국 미국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85년9월 뉴욕에서 열린 G5(선진5개국) 회담에서 미화1달러에 2백4O엔 선이던 엔화의 평가절상을 「강제결정」한 이후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G5회담이후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일본기업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생산라인을 대만·한국·싱가포르 등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내에서는 고임금 때문에 채산성이 맞지 않아 취해진 부득이 한 조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이들 3국에 대한 투자는 다시 이들 3국의 지가·임금을 올려놓았고 대만달러·원화·싱가포르 달러의 평가절상으로 이어져 이들의 다른 아시아국들로의 생산라인 이전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이러다 보니 그 대상 국이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중국으로까지 확대되게 됐다는 것이다.
국별로는 맨 먼저 공장 이전에 나선 일본이 지난 한해 동안에만 무려 82억 달러의 대아시아 투자를 기록했다.
홍콩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대거 이전에 나서고있는데 근거리인 중국 광동지방을 목표로 삼고있다. 이에 따라 광동지방의 임금은 중국 평균 임금의 5배까지 올라있다.
대만도 저 부가가치 상품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는데 열을 올리고있다. 지금까지 1백여개 공장을 복건성으로 옮겨 놓았으며 그중 일부는 중국과 합작으로 진출해있다.
한국 또한 중국 동북3생(만주) 에 대한 투자에 열중하고있다.
싱가포르는 중국보다는 거리가 가까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주요 투자 대상 국이었던 태국도 이젠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 그 대상국은 인접국인 베트남.
일본 노무라연구소 등 전문기관들은 이 같은 아시아권 역내투자가 계속될 경우 지금까지 별 볼일 없던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NICS(신흥공업개발 국)·중국 등의 소비자 시장 규모가 2000년까지는 EC를 능가하고 북미시장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아시아국들의 연평균 성장률도 향후10년간 7%선의 고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북미나 EC시장을 겨냥하지 않아도 아시아 자체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해결되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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