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골계·황새 '귀하신 몸'… AI 옮을라 방역 비상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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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이승숙(44.여)씨의 오골계농장(지산농원). 천연기념물 265호인 오골계 50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는 곳이다. 이씨가 분무기를 등에 메고 2000여 평의 농장 곳곳을 돌며 소독약품을 뿌리고 있다.

그는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때문에 화학약품보다 소독 효과가 강력하고 오골계에 피해가 없는 목초액을 사용하고 있다"며 "값(t당 70만원)이 화학약품에 비해 10배 이상 비싼 게 흠"이라고 말했다.

AI 때문에 오골계.황새 등 천연기념물이 '상전' 대접을 받고 있다. AI 감염을 막기 위해 비싼 사료를 주거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종합비타민까지 먹이고 있다.

이씨는 철새가 AI를 전파시킬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 착안, 국내에 철새가 본격적으로 날아드는 지난달 말부터 특별보호조치에 들어갔다. 오골계 농장과 AI가 발생한 전북 익산과는 2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는 우선 종전에 사용하던 사료회사 배합사료 대신 '특수 사료'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이 사료는 배합사료(49%)에 현미(50%).숯.황토.미네랄(제오라이트).미생물 등 각종 영양분을 첨가한 것이다. 숯.황토 등은 0.2%씩 넣는다. 그는 "숯과 황토.미네랄은 면역력을 높이고, 현미와 미생물은 장 운동과 소화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숯은 5㎏에 2만5000원으로 배합사료(25㎏들이 1만원)의 12.5배나 된다. 또 미생물과 황토는 각각 10㎏들이 한 포에 2만5000원이다.

이 때문에 사료값은 종전보다 2.5배나 많은 월 500여만원이 들어간다. 사료 이외에 올해 부화한 오골계 3000마리에는 월 30여만원어치의 홍삼즙을 물에 타 하루 한두차례 주고 있다.

전국에 오골계를 키우는 농가는 몇 곳 있지만 순수 혈통을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1980년)된 것을 기르는 곳은 여기뿐이다. 오골계는 벼슬과 깃털.눈동자는 물론 뼈까지 검다.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를 인공 사육하고 있는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 황새 복원센터도 면역력 강화를 위해 이달 초부터 황새에게 특수 종합비타민제를 일 주일에 마리당 두 알씩 먹이고 있다. 가격은 1000알들이 한 통에 30만원.

복원센터장 박시룡(55)교수는 "미국의 제약회사가 만든 조류 전용 비타민"이라며 "직원이 현지에서 직접 사온 것"이라고 말했다.

황새는 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나 94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사육센터에는 인공 사육한 황새 38마리가 자라고 있다.

논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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