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대역사 레닌그라드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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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련 제2의 도시 레닌그라드를 홍수피해로부터 지키기 위해 레닌그라드 앞 바다 핀란드만에 건설중인 방조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문제의 방조제는 지난 79년 공사를 시작, 원래 금년 말 완공예정이었으나 건설노동력부족·자재공급지연 등으로 오는95년 완공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총 공사비는 10억루블로 예정했으나 이미 6억5천만루블이 들어가 앞으로 완공까지 당초예산의 2∼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레닌그라드는 러시아 중흥의 군주인 표트르 대제가 「유럽으로 향한 창」으로 1703년 네바 강 하구 삼각주지역 늪지대에 건설한 도시.
표트르 대제는 습지를 메우고 운하를 파는 한편 독일·네덜란드로부터 건축기사를 초청,바로크풍 궁전·광장·다리 등을 건설하도록 했다.
그러나 원래 도시의 지반자체가 해면보다 낮은 늪지대이기 때문에 바다가 만조일 경우 상습적으로 홍수피해를 받게돼 있다. 지금까지 레닌그라드 시는 약3백 회의 홍수피해가 있었는데 특히 1824년과 1924년 홍수는 엄청나게 큰 피해를 낸 것으로 기록돼 있다.
레닌그라드 홍수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소련정부는 홍수를 막기 위해 방조제를 설치하기로 결정, 79년 공사에 착수했으며 지금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방조제가 홍수는 막을 수 있으나 바닷물을 심하게 오염시킨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면서 핀란드만의 조류가 변화를 일으켜 특히 네바 강 하구에 면한 동쪽은 제방으로 가로막혀 바닷물이 발트해 쪽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짐으로써 생태계 상황이 급속히 악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환경보호자들은 네바 강 하구 핀란드만이 오수의 집합 장이 돼버렸다고 비판하고 문제의 방조제를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건설추진 파에서는 특수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방조제가 네바 강 하구를 쓰레기장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핀란드만이 오염되는 것은 네바 강 하류의 공장들이 공장폐수를 그대로 방출하고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생활오수를 정화되지 않은 채로 배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금도 레닌그라드에선 하루 약1백만t의 각종 하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네바 강에 그대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나 있다.
하지만 방조제 건설에 따른 조류의 변화가 핀란드만 내 바닷물의 자연정화를 방해·오염이 더욱 심해지도록 한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나타나 있다.
방조제 건설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중단·파괴해야 할지 최종적 판단은 전문가에 의한 환경평가가 있어야겠지만 지금 분위기로선 방조제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평가가 날 경우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글라스노스트(개방)로 불붙기 시작한 소련의 환경보호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위력을 발하고 있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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