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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축제 '역시<歷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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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가 뭐야?

27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역시(歷試), 한국사 시험의 혁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역시'는 25일 실시된'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대해 중앙일보가 붙인 별칭이다.

역시는 홀대받는 한국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 위원장 유영렬)가 올해 처음 마련한 제도다.

제도를 도입한 동기는 나무랄 데없이 그럴 듯하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은 데 비해 정작 우리 내부에서 한국사 과목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현실 분석에서 시작했다. 사시와 행시를 비롯한 각종 공무원 시험은 물론 사관학교와 경찰대 입시에서조차 한국사가 빠졌다.

외면 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험생을 골탕먹이는 지엽적인 암기식 질문들이 주범으로 떠올랐다. 폐쇄적 민족주의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렇다고 한국사 홀대를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세계화 시대를 활보하기 위해서도 한국사 기본 지식은 필수다.

이런 명분 아래 도입한 역시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국편 측도 당초 "1만 명가량 응시하면 성공"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전망이 불투명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자 우리 국민의 관심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첫 역시에 무려 1만6570명이 응시했다. 7세부터 73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망라했다. 고교에서 단체로 응시하거나 온 가족이 함께 치르기도 했다. 전국 45개 고사장은 '한국사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한국사 관련 지식을 측정해 보고 싶어했다. 내년에 등급을 올려 또 도전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의 갈증을 해소할 마당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모처럼 조성된 '한국사 축제'를 성숙시켜가는 일이 과제다. 역시가 진정한 혁명이 되기 위해선 좋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역시 역시(歷試)'라는 말이 유행할 날을 기대해 본다.

배영대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