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 박근혜 "열차 페리로 한·중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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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7일 한국과 중국을 '열차 페리'로 연결하는 구상을 밝혔다. 열차 페리란 갑판에 선로를 깔아 열차를 기관차까지 통째로 실을 수 있도록 한 대형 선박이다. 이 선박을 이용하면 선적이나 하역 작업 없이 화물을 실은 열차가 곧바로 바다를 건널 수 있다.

북한을 통과해야 하는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실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반도와 유럽.아시아 대륙을 연결할 수 있는 구상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4박5일 일정의 중국 방문 첫 방문지로 베이징(北京) 공산당학교를 찾아 특강을 했다. 이 강연 말미에서 그는 "중국이 6일 다롄(大連)과 옌타이(烟臺) 사이 열차 페리 운항에 성공한 것을 축하한다"며 "한.중 간 무역과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이 페리를 한국의 서해안 항구들과 연결하는 것도 좋은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표는 "당장은 인천과 다롄, 그리고 옌타이를 삼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해 평택.군산.평택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상을 구체화했다. 박 전 대표의 이번 발표는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시장은 6월 시장 퇴임 직후부터 한반도 내륙운하 구상을 전면에 내세운 행보를 걸어 왔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박 전 대표는 강연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구상을 자세히 홍보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철도로 북한과 중국을 이어 유럽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이런 구상을 놓고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나 최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났을 때도 의견을 나눠 왔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표는 "유럽에서 물동량이 많은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대륙을 돌아가면 2만2000여㎞이지만, 열차 페리를 이용하면 1만2000여㎞로 64%로 줄어 물류 비용도 34%나 준다"며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 밖에 박 전 대표는 "페리호는 500㎞ 이내에만 운항할 수 있는데 한.중 항구는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까지 이 안을 확대할 경우 한국이 물류 중심에 설 수 있다" "인천항 철도 시설은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 100억원 정도면 만들 수 있다" 등의 발언도 쏟아냈다. 모두 열차 페리 구상이 '공염불'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의도다. 박 전 대표는 29일 옌타이를 직접 방문해 열차 페리의 운항 모습을 지켜본 뒤 구상을 다듬을 계획이다.

◆ '새마을 운동 전도'=열차 페리 구상을 밝히기에 앞서 박 전 대표는 강연에서 새마을 운동의 정신과 목표, 그리고 성공 요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새마을 운동 노래는 아버지가 욕실을 나오다 넘어져 며칠 쉬시면서 만드셨다"는 뒷얘기도 공개했다. 강연에 이어선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찬회담을 했다.

베이징=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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