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칼럼

아침의 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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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요리를 직접 해 먹으려는 이유는, 내 일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요리만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지금껏 매일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사람의 인생이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단 소리를 들은 적 없다. 내가 듣고 본 이야기 속에서, 요리는 보통 뿔뿔이 흩어졌던 하루의 조각조각을 이어붙이는 용도로, 삶을 재건하는 용도로 쓰이곤 했다. 도마에 파를 올려놓고 어슷썰기를 한다는 건 나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황보름 에세이 『단순 생활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