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고 부르겠습니다”/의붓딸 조민희씨,북 명창 김관보씨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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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40년만에 아버지 소식… 생모는 82년 타계
『어머니…. 어머니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야지. 왜 이제 왔어.』
『아버님은요.』
『건강하시단다.』
12일 오전9시30분 90 송년 통일전통음악회 북측 단원들이 묵고있는 쉐라톤워커힐호텔 1707호실.
북한 공훈배우 김관보씨(69·여)는 남한에 있는 둘째 의붓딸 조민희씨(45·인천 청천동 300 삼익아파트 2동1308호)를 만나 40년간 조씨가 꿈에만 그려오던 아버지 조영출씨(78·북한 문화부부상 역임)의 소식을 전했다.
난생처음 보는 조씨 모녀는 비록 친모녀간은 아니지만 친모녀 이상으로 눈물을 흘리며 두손을 꼭 쥐고 정담을 이어갔다.
『나는 중앙일보(10일자 22면)를 통해 네 소식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혹시라도 네가 나를 만난뒤 나쁜 일이 있을까봐 안만나려고 했었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어떻게 해서라도 만나야지요.』
김씨는 조씨의 생모가 82년 겨울 고혈압으로 타계했다는 소식과 아버지를 따라 북에 간 언니와 여동생도 김일성 종합대학을 나와 잘 살고있다고 말했다.
『저희집으로 모셨어야 했는데 불효를 저지른 것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무슨 말이냐. 이렇게 만났으면 됐지.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라. 아버지께 너 만난 얘기를 잘 전해주겠다.』
조씨는 김씨 부부와 언니·동생 부부에게 줄 내복 여섯벌,양말 열두켤레,넥타이와 자신의 가족사진,아버지에게 전할 편지 한통을 김씨에게 전달했고,김씨는 딸에게 북한산 도자기·달력·과자세트 등을 한아름 안겨주었다.
30여분 동안 두손을 꼭 마주잡은채 눈물속에 말을 이어가던 모녀는 김씨의 일정때문에 김씨의 배웅으로 안타깝게 헤어져야만 했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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