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 이상 태아가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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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임신한 여성의 태아 중 장차 선천성기형의 각종 유전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염색체 이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전질환은 거의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이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출산 전 염색체 검사를 받아 태아에 유전질환 증세가 있을 경우 임신중절 등 적절한 조치가 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서울대의대 문신용 교수(산부인과)팀은 지난 88년1월부터 이 병원 인구의학연구소 세포유전학연구실에서 염색체 이상이 우려되는 1백65명의 임신부에 대해 검사한 결과 『17명(10·3%)의 태아에서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염색체란 세포 속에서 성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생김새·신체구조·성격 등 여러 형질의 유전을 좌우하는 요소로 이 염색체가 비정상적으로 분화할 경우 정신박약, 손·발가락이 상, 심장판막이 상등각종 선천성 기형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문 교수는 염색체이상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후천적인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부모의 염색체가 비정상적인 경우 자손에게 유전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 『정상의 여성이라도 35세 이상의 비교적 높은 연령에서 임신할 정우염색체 이상이 나타나는 확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출산은 되도록 35세 이하의 젊은 나이에서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문 교수팀이 태아염색체 이상을 보인 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원인별 순위는 ▲부모의 염색체이상 8명 ▲35세 이상의 고령임신 6명 ▲원인불명 3명이었다.
원인 불명 중에는 임신기간 중 피임약을 복용했다고 답한 사람도 한명이 있었으나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 피임약 때문이었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 늘고 있는 이유는 점차 남용이심해지고 있는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신경안정제동의 약물과 공해물질이 태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 따라서 임신기간 중의 약물 복용은 되도록 피해야 하나 부득이한 경우 반드시 산부인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한편 연세대의대 양영호 교수(산부인과)팀은 『지난85년1월부터 올7월까지 이 병원에 출산 전 유전진단을 받으러온 3백63명의 임신부중 17명(7%)에게서 태아의 선천성 기형이 진단됐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최근 유전질환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질환은 진단돼도 대부분 치료가 불가능해 출산할 경우 가족이나 사회 전체의 불행이므로 출산 전 유전상담을 통해 임신중절 등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산 전 유전질환의 유무를 진단하는데는 ▲양수천자법 ▲융모막 융모샘플링법(CVS) ▲제대혈 채취검사 등이 있다.
양수천자법은 방법이 간편하나 검사시기가 임신중기(15∼18주)여야 하고 세포배양에 걸리는 시기가 2∼3주로 너무 오래 걸려 태아의 이상이 발견될 경우 임신중절을 위한 시기가 너무 늦을 우려가 있다.
반면 CVS법은 임신초기인 9∼11주에 시행할 수 있고 세포배양에 걸리는 시간도 수시간∼며칠밖에 되지 않아 조기진단과 함께 유전질환이 발견될 경우 초기에 중절이 가능해 모체에 주는 육체적 후유증이 그만큼 줄어든다.
또 제대혈 채취법은 최신개발 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몇개 병원밖에는 시술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교수는 『임상적으로 임신초기에 염색체이상이 발생할 확률이 6·8%이고 이 위험도는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하므로 의심되는 사람은 임신초기에 꼭 유전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한편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의 주갑순 교수(산부인과)는 남아 92명, 여아 65명 등 총1백57명의 정박아동에 대한염색체이상의 빈도를 조사한 결과 32명(20·4%)이 염색체이상으로 나타났다. 주 교수는 『염색체이상에 의한 정신박약아는 태어난 후 양육환경·영양상태·교육에 따라 지능발달에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 치료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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