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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명 배우도 당했다…'투자 귀재' 교회 권사 670억 사기극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저는 주식 투자전문가다. 절대로 주식거래로 손실을 입지 않는다. 믿고 투자하시면 된다.”
인천 계양구에서 경영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2017년 8월 자신의 사무실로 같은 교회에서 만난 교인들을 불러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주식시세가 표기된 현황판이 부착돼있었다. 젊은 나이에 교회에서 권사 직함을 맡을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던 김씨는 평소 외제차를 몰고 다니면서 교인들 사이에서 ‘투자의 귀재’로 통했다고 한다.

당시 참석자 등에 따르면 김씨는 먼저 포트폴리오 자료를 꺼내 들었다. 자료엔 김씨가 회사 명의로 투자한 주식 거래 현황이 나타나 있었다. 대부분 고수익을 내고 있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그는 “수익금을 반반씩 배분하면 원금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교인)가 더 많이 가져가는 7:3으로 배분하면 원금을 보장할 수 없고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같은 교회 사람이니 믿을 수 있겠지.” 그렇게 투자가 시작됐다. 1년간 김씨가 약속한 원금과 수익금을 꼬박꼬박 지급하자 교인들은 점차 투자금을 늘려갔다. 인당 1000만 원대 초반이었던 교인들의 투자금은 2년 뒤 인당 최소 5000원만대까지 불어났다. 소문을 들은 다른 교인과 지인들까지 투자에 뛰어들면서 2019년쯤 김씨는 최소 30억원 이상 투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1월부터 김씨가 수상쩍은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않고 약속한 수익금도 제때 입금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항의엔 “강원도 횡성에서 전원주택 사업을 하고 있는데 곧 돈이 들어온다. 조금만 기다리면 해결할 수 있다”며 안심시켰다. 주식거래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 1년간 지속하자 투자자들은 김씨를 지난해 11월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거쳐 지난 5월 김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투자계약서 400여개를 확보하고 계좌 등을 분석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유사수신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직원에게 수당을 지급해 투자자를 모집한 사실도 경찰에 포착됐다. 지난달 기준 김씨의 유사수신행위로 400여명이 670억대의 손해를 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중엔 유명 방송인과 중견 배우도 포함됐다.

김씨는 투자금 중 4분의 1가량만 주식 투자에 사용했는데 대부분 손해를 봤다. 투자금 중 약 10분의 1은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투자금은 기존 투자자 수익금 및 원금을 상환하는 돌려막기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계좌 분석 자료·투자모집책 진술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인천경찰청 전경.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전경. 사진 인천경찰청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대장 이재홍)는 13일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사기)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회사의 직원과 법인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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