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 "선수촌 음식반입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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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선수단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대회 조직위원회(DAGOC)가 선수촌 내 음식 반입을 철저히 금지하는 바람에 선수들이 한국 음식을 전혀 못 먹고 있는 것. 특히 24일 오전 입촌한 야구 대표와 사이클.카누.조정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컵라면과 김치.멸치.김.홍삼차 등은 물론 보약까지 몰수하자 격렬히 항의하다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직원 1명은 현지 경찰에 의해 2시간여 동안 격리 조치된 끝에 진술서를 쓰고 풀려났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는 규정상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향토 음식에 한해선 묵인해 온 것이 국제 관례였다.

한국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스페인 대표팀이 가져온 하몽(돼지 뒷다리를 절인 것)이 반입이 엄격히 금지된 농축산물이었지만 묵인했던 사례가 있다. 김인수 KOC 국제부 차장은 "DAGOC가 이런 국제 관례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이렇게 엄격하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선수촌 식당에서는 아시아 각국 음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중동과 중국 음식이 주류를 이뤄 대부분 기름기가 많고 느끼한 편이다. 식당에서는 김치도 제공하지만 식사 도중에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도하 시내에 두 곳밖에 없는 한국식당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관련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워낙 밀려들어 정작 선수들은 찾지 못하고 있다.

KOC 관계자들은 대표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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