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기념도서관 모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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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퇴임이 2년이나 남았지만 벌써 퇴임 뒤 세워질 기념도서관을 놓고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던메소디스트대.댈러스대.배일러대 등 텍사스주의 3개 대학이 경쟁을 하고 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도서관은 텍사스주 A&M대학에 있다.

대학들이 대통령 도서관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2004년 1억6500만 달러를 들여 아칸소주 리틀록에 세운 빌 클린턴 도서관(사진)의 경우 지금까지 80만 명의 방문객과 더불어 지역경제에 10억 달러(약 9500억원)의 효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억 달러 이상의 건립 기금을 모금한 부시 대통령 측은 클린턴보다 더 좋은 기념도서관을 짓고 싶어한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미리 널찍한 부지를 확보하고 부시 가족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는 등 선심공세를 펴고 있다. 부시 대통령 도서관은 별도의 입지선정 위원회가 내년 1월 결정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가 졸업한 서던메소디스트대의 경우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또 최근에는 부시와 친한 석유사업가가 기부한 3500만 달러로 쇼핑센터를 매입, 기념도서관으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학 바로 옆에는 부시 가족이 다녔던 교회가 있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댈러스대도 유치계획서까지 만들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이 학교는 어빙시 교외에 자리한 36만 평의 넓은 캠퍼스를 앞세우고 있다. 캠퍼스가 좁고 교통이 불편한 서던메소디스트대에 비해 자신들의 입지 조건이 좋다는 것.

와코시에 있는 배일러대의 경우 시장까지 전면에 나섰다. 와코시는 1993년 '다윗파'라는 종교 집단이 FBI와의 대치 끝에 76명이 숨진 참사로 유명해진 곳. 와코시는 대통령 도서관을 유치해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와코시는 시내를 관통하는 I-84 고속도로를 '조지 W 부시 도로'로 명명하며 정성을 쏟고 있다. 배일러대도 부시 대통령은 물론 어머니 바버라 여사에게도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 미국의 대통령 기념도서관=1939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업무와 관련된 공문서는 물론 사신(私信) 등 개인문서까지 국가에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대통령 관련 서류는 나중에 참고해야 할 귀중한 국가 재산"이라는 그의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 루스벨트와 후원자들은 이들 문서를 보관하기 위한 도서관을 그의 고향인 뉴욕에 건립한 뒤 이를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에서 관리토록 했다. 이후 대통령이 퇴임하면 고향에 기념도서관을 세우고 관련 문서들을 보관하는 게 관례로 굳어졌다. 미 의회는 여기에 호응해 55년 '대통령 기념 도서관법'을 제정했다. 현재 모두 17곳에 대통령 도서관이 있는데 11곳은 NARA가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는 그러나 정부가 운영하는 대통령 도서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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