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기자의오토포커스] 수소차 개발, BMW의 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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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현재 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GM.포드.벤츠.도요타.혼다.현대차 등 대부분은 수소 연료전지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나오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구동합니다. 따라서 엔진과 변속기가 없습니다. BMW의 수소차나 연료전지차는 배기가스 없이 물만 내뿜는 친환경 차지요. 하지만 구동 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하이드로겐 7살롱은 기존 엔진과 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기존 차와 거의 비슷한 가속력을 낼 수 있습니다. 기존 부품과 자동차 조립라인도 그대로 쓸 수 있죠. 반면 연료전지차는 엔진 없이 모터 회전 수와 출력으로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승차감이 기존 차량과 완전히 다릅니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소리나 진동을 전혀 느낄 수가 없지요. 가속하는 느낌도 달라 중고속에선 더딘 편이죠. 골프장에서 타는 전기 카트와 비슷합니다. 연료도 고압 수소를 사용합니다.

BMW는 연료전지차의 개발을 상당 기간 논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론은 내연기관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BMW 고유의 브랜드 파워를 지키기 위한 것이죠. 연료전지로 갈 경우 '달리는 즐거움'을 잃게 된다는 겁니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엔진도 없어지고 BMW가 자랑하는 사자 울음소리를 닮은 엔진 소리도 사라지게 됩니다.

사실 16년 항공기 엔진 회사로 출발한 BMW는 늘 고군분투합니다. 벤츠.폴크스바겐보다 덩치가 작았기 때문이죠. 다른 업체와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불장군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잘 달리는 차' 개발에만 매진했습니다. 이번 수소차 개발 과정도 마찬가집니다. 다른 업체에 '내연기관이 있는 수소차' 생산 기술을 가르쳐 주고 아군(我軍)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습니다. 혼자만의 길을 가는 겁니다. 문제는 충전소입니다. BMW 혼자서 액체수소 충전소를 전 세계 모든 곳에 지을지도 관심거립니다. 다른 경쟁업체는 서로 협력해 고압 수소 충전소를 짓고 있는 데 말입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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