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1000만원 …" 마산 메트로시티 추첨장 떴다방 활개에 단속 뒷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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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경남 마산시 양덕동 옛 한일합섬 터에 짓는 아파트 분양권 추첨이 열린 경남 마산 실내체육관에서 청약자들이 추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접수번호 ○○○○번, 36평형 ○○○호 당첨."

24일 오후 밤샘 줄 서기 등 투기 열풍을 불러 온 경남 마산시 양덕동 메트로시티 분양권 추첨이 진행된 마산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실내를 가득 메운 1만여 명이 숨 죽이며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분양권 추첨을 지켜보고 있다. 좌석이 모자라 신문지를 깔고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시행사 측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추첨장소를 모델하우스에서 7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으로 바꾸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회자가 당첨자를 부를 때마다 박수와 탄식 등 희비가 엇갈렸다. 전광판에도 접수번호와 당첨 아파트 호수가 떴다. 당첨자가 자리를 일어나 뒤쪽으로 나오자 소위 '떴다방'(무허가 이동식 중개업소) 아줌마들이 슬그머니 다가와 당첨자의 연락처와 아파트 호수를 받아 적는 모습이 보였다.

실내체육관 입구는 더 엉망이었다.

당첨자가 밖으로 빠져 나오자 '떴다방' 아줌마들이 달려들어 동 호수와 연락처를 물어댔다. 분양권인 일명 '딱지'를 현장에서 즉석 전매하려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일부 투기꾼은 "49평형은 딱지를 팔면 당장 1000만원을 보장하겠다"며 즉석 프리미엄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장 곳곳에선 즉석 거래를 제시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투기세력들이 활개를 쳤지만 단속을 벌이겠다며 나온 국세청 직원들은 '투기단속반'완장만 찬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경찰도 안팎에 배치됐지만 경비에만 신경을 쓸 뿐 투기꾼들에게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부동산업자들이 현장에서 당첨된 청약자들의 연락처를 물어보고 있다. N-POOL 경남도민일보=박일호 기자

청약 당일 10시간을 기다려 접수했지만 떨어진 김모(46.진주시 상평동)씨는 "결혼한 아들을 대신해 청약에 나섰지만 투기꾼들 때문에 헛고생이 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체육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중개업자는 "평형과 위치에 따라 500만~2000만원의 프리미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창원YMCA 전점석 사무총장은 "투기꾼들에게 돌아간 프리미엄이 고스란히 실수요자의 피해로 연결되는 현장"이라며 "거주 기한 제한 등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 없이 분양하도록 방치한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마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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