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세기적 유물 화면에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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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살아 있는 역사와 옛 문화의 숨소리를 보고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박물관을 찾는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박물관은 빠뜨릴 수 없는 현장 교육공간이다.
그런데 박물관을 찾을 때마다 관람객들은 전시용 유리상자 속에 들어 있는 유물을 좀더 가까이, 자세히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워한다. 혹시 귀중한 유물이 손상되거나 파손, 또는 도난 당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아쉬움이 첨단 과학문명의 힘으로 해결됐다. 관람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세계적 귀중품을 직접 소장 자처럼 자세히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변가에 고대 이탈리아의 도시 헤르클라네움을 본떠 만들어진「게티 박물관」이 세계 최초로 이 같은 첨단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다.
게티 박물관이 운영중인 첨단 시스템은「인터액티브 비디오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컴퓨터와 비디오를 연결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네 가지의 첨단감상을 즐길 수 있다. 박물관이 자랑하는 도자기 류 프로그램의 경우 2천5백년 전 고대그리스 도자기 전시실 옆방의 13인치 TV모니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우선 관람객은 첫 번째 기능을 통해 어떤 도자기를 감상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박물관 소장 5천여 점의 도자기 중 대표걸작 1백 점에 관한 영상과 함께 전문가의 설명(도자기의 제작연대·제작방법 . 재료·예술적 가치 등)이 흘러나온다.
두 번째 조작을 통해 관람객은 도자기의 주제별 감상을 즐길 수 있다.
즉 전쟁·영웅·신 등 고대도자기에 새겨진 문양 등을 중심으로 분류된 주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어 세 번째 조작으로 각 주제에 해당하는 도자기의 문양들이 역시 설명과 함께 화면에 연속 등장한다. 마지막 네 번째 조작을 통해 관람객은 특정 도자기를 선택해 전후좌우를 돌려 가며 보거나 특정부분을 확대해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이 개발됨으로써 관객들은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앉은자리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골라 볼 수 있으며, 특히 네 번째 조작을 통해 직접 전시관람보다 훨씬 자세하게 귀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물관이 자랑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다섯 가지 중세문서 읽기. 역시「인터액티브 비디오 시스템」을 이용해 관람객은 한번 만져 보기도 힘든 중세문서를 컴퓨터로 한 장 씩 넘겨 가며 읽을 수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국립박물관, 미국의 국립박물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티 박물관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컴퓨터를 이용해 그림·글자·소리를 직접 선택·조작할 수 있는 첨단기술의 산물이지만 아직까지 몇 가지 한계로「시험가동」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제약은 엄청난 제작비용·이는 학교교육용 또는 개인소장용으로 점차 확산 보급될 경우 해결될 수 있다. 두 번째 제약은 예술품 감상수준으로는 다소 부족한 화면의 선명성이다. 이는 이미 개발돼 있지만 세계적 표준화가 안돼 있는 고화질(HD)TV만 실용화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종래 박물관의 기능도 변할 것이다. 뉴 미디어를 이용, 집안에서 HDTV를 통해 귀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도 줄어들 것이다.【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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