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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협 집안 싸움 보고만 있을 수 없다|4인 방"중대결심"-강호동 남동하 임용제 임종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출범을 앞둔 프로씨름(민속씨름협회)의 주도권싸움이 파행으로 치닫고있고 천하장사 강호동(일양약품)을 비롯, 남동하(현대) 임용제(조흥금고) 임종구(럭키금성) 등 유명선수 4인 방이 갑자기 이 시대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등장, 주목되고있다.
당 초 아마 측과의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합의를 전제로 체육부로부터 분리승인을 받은 다수의 프로구단들은 일단 법적인 절차가 끝나자 그 동안의 합의내용을 무시하고 지난21일 전격적으로 결별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아마측은 22일 합의사항 불이행을 이유로 들어 일양약품·럭키금성·조흥금고 등 3개 씨름단(현대 팀은 운영위원회에 불참했기 때문에 제외)을 사기죄로 형사고발 키로 하는 한편 기존민속씨름에 참여했던 모든 선수들을 자유선수로 공시하는 등 프로씨름단 존재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전면전쟁상태로 맞섰다.
선수들의 자격자체가 기존 민속위원회가 작성한 계약서에 의해 각 씨름단과 맺어져 있어 씨름단이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자동파기 되었다는 이유다.
이렇게되자 분리주동세력인 씨름단장들은 오는 26일부터 개최예정인 제53회 전국장사씨름대회 (이리)에의 출전을 전면 거부하고 나서는 등 민속씨름자체가 자멸의 위기에 빠지게된 것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 아마·프로의 갈등을 보다못한 선수들이 은밀하게 회동, 자신들의 입장을 한 곳으로 집결시키는 작업에 착수하여 새로운 국면을 띠고 있다.
기존 민속위원회와 씨름단이 이처럼 맞서게된 내막은 프로씨름을 관장할 신설법인체인 한국민속씨름협회(KFSA)의 신임회장을 에워싼 헤게모니 싸움.
씨름인들은 기존 김동수 회장이 초대회장직을 맡아야만 아마추어 육성지원금(매년 1억2천만 원으로 합의)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고 씨름단장들은 김 회장을 불신, 제3의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해 놓아야만 프로야구처럼 독자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를 적극 저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계산 때문에 양측은 분리의 전제조건이었던 합의서 적법성을 놓고 아전인수격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5개 씨름단이 프로단체로 독립하기 위해 지난 6월 체육부에 제출한 새 협회의 정관 및 합의서와 양측대표들이 지난 8월 서명한 새로운 정관 및 합의서 중 어느 쪽이 법적으로 유효한 정본이냐는 싸움이 그것이다.
두개의 정관 중 핵심이 되는 부분은 새로운 기구의 총회구성원에 관한 것으로 체육부에 제출된 정관에는 5개 씨름단대표만을 회원으로 규정해놓고 있는 반면 8월자 정관에는 회장단 2명 씨름단장 5명·민속씨름인 5명·주관방송사KBS 대표 1명 등 13명으로 규정해 놓고있다.
결국 어느 쪽을 정본으로 채택하느냐에 따라 초대회장 선출을 비롯한 각종 사안의 결정을 5개 씨름 단장들이 하느냐, 씨름단장은 물론 씨름인 대표들과 KBS 대표가 공동으로 하느냐하는 문제로 집약되는 것이다.
2개의 정관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씨름단장들을 대표한 구승회 럭키금성단장과 민속씨름 인을 대표한 전철수 전무의 협상과정 및 협상에 임하는 입장이 불투명한데서 비롯됐다.
현재 건강문제로 입원중인 구단장은 자신이 8월자 정관 및 합의 서에 서명한 이유는 『아마측 임원들을 비롯한 씨름 인들의 불필요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전전무의 요구에 따라 양해사항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단장은 『전 전무와 함께 서명한 정관이 문제가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겠으나 그간의 협상과정을 메모한 노트가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더라도 자신이 있다』는 태도다.
반면 전전무 역시 『8월자 정관을 정본으로 삼기로 약속, 등기를 위해 민속위 씨름인 5명의 인감증명등 신상서류까지를 받아간 사람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다』고 분개하고있다.
씨름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분쟁이 민속협회의 출범을 속결 지으려는 구단장의 「눈 가리고 아옹」식의 짧은 생각과 씨름 인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새 협회에서 자신을 포함한 기존 민속씨름 인들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전 전무의 저의가 서로 얽혀 만들어낸 합 작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튼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명간 입장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4인 방의 선택에 모든 씨름 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 협회로부터의 탈퇴를 선언한 삼익가구(구단주 김동수)를 제외한 4개 씨름단을 상대로 뒤늦게 제53회 대회참가를 지시하고 나선 체육부의 중재도 별로 기대를 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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