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한국 온라인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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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새로운 게임 아이템은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등 크리에이터들의 산고를 통해 만들어진다. 사진은 게임업체 JC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터들이 온라인 스포츠게임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2006년 현재 한국 온라인 게임은 여전히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점유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02년의 56%에서 2005년엔 30%, 2006년엔 23%로 격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게임들은 미국과 중국 같은 후발주자들이 만든 게임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계속 새로운 게임이 만들어졌지만 최근엔 작가의 혼이 담겨져 있지 않은 태작이 많아졌다.

21세기의 대중문화에서 6, 7년 전은 구석기시대와 동일하다. 지금 보면 그래픽도 조야하고 시스템도 엉성하지만 '바람의 나라'를 필두로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성장을 견인했던 초창기 명작들은 출시된 그 시점에서 참으로 경이롭고 창조적이었다.

반면 최근 출시된 게임은 "그래픽도 이렇게 개선하고, 서버 성능도 이렇게 개선했지, 맵도 더 넓히고 던전도 더 만들고 퀘스트도 더 넣었어"하는 안이한 생각이 곳곳에서 읽힌다. 중요한 것은 그런 기술적 요소가 아니라 정말로 창조적인 발상과 그 발상을 구현하는 도전정신이다.

이것은 게임 크리에이터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적 통념은 개인의 거취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 청소년유해물 제작업자에게 장인정신을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임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눈먼 자본에 의해 프로젝트가 좌우되고 연봉 얼마를 더 주겠다는 유혹에 크리에이터들은 작품을 버리고 철새처럼 옮겨다닌다.

이런 사회 풍토는 한국 게임의 운명을 결정한다. 한때 중국시장의 90%를 장악했던 한국 게임은 이제 40% 이하로 밀려났다. 수많은 중국 게임개발사가 한국 온라인 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하고 불법 복제하고 사설불법서버를 운영했지만 중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판정은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을 배제하는 논리로 자주 인용된다. 한국 게임은 한국 정부로부터도 청소년유해물로 낙인찍혀 규제되고 단속되는 대상이다. 그런 너절한 것을 왜 중국 정부가 보호해 줘야 한단 말인가.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한다. 놀이는 소금처럼 정신의 부패를 막고 새로운 창조력을 일궈낸다.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이 곧 사유하는 인간(호모 사피엔스)이다. 자국의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노는 문화를 폄하하는 국가는 번영할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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