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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경기 부진에 …은행도 카드도 ‘연체율 경고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제때 못 갚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의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 중이다. 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계와 기업의 상환 여력이 떨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경기 부진까지 겹쳤다. 금융사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체율은 전년 대비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0.16%로 나타났다. 1년 전(0.12%)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신한은행의 연체율도 2021년 말 0.12%에서 지난해 말 0.16%로 역시 0.04%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0.16%에서 0.20%로, 우리은행은 0.19%에서 0.22%로 연체율이 올랐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연체율도 일제히 올랐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2021년 말 0.8%에서 지난해 말 1.04%로 높아졌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0.66%에서 1.21%로 0.55%포인트 증가했다. KB국민카드(0.82%→0.92%), 하나카드(0.93%→0.98%)의 연체율도 1년 새 늘었다.

은행 등 금융권의 연체율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하향 추세를 보였다. 4대 시중은행의 경우 2019년 연체율은 0.19~0.3%였는데, 2021년에는 0.12~0.2%로 내려갔다. 코로나 19가 불러온 경제 위기에 대응해 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이 가동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고물가에 대응해 연이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른 상환 여력 저하가 금융기관의 연체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연체율은 앞으로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경기 부진마저 심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주요 국내·외 경제기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로 예상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8일 방동권 신한금융그룹 리스크관리부문장(CRO)은 ‘2022년 실적 설명회’에서 “지난해 하반기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연체율 상승 기조가 시작됐다”라며 “금리 상승에 따라 채무상환 여력이 저하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2분기까지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순전입액)은 5조1033억원이다. 2021년(3조2509억원)보다 57% 늘었다. 대손충당금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 등 다양한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 두는 돈이다.

금융당국도 연체율 증가가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사에 손실 흡수 능력을 더 키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안에 은행권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이·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은행에 추가 적립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이익은)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와 경기 부진에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지속하면 기업과 가계대출이 부실화되고 이는 금융권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취약 계층의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돈줄이 막힌 서민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등 채무조정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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