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철의 여인」신화 종말예고/대처 당수 재선실패와 향후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보수당 안팎서 사퇴압력/2차투표 이겨도 92총선 어려워
20일 실시된 영국 집권보수당 당수경선에서 도전자인 헤슬타인 전국방장관이 1차투표에서 대처 총리의 당선저지에 성공함으로써 「철의 여인」의 11년 신화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수당의원 3백72명 가운데 기권자 16명을 제외한 3백56명이 투표에 참가한 이날 1차투표에서 대처 총리는 당선에 필요한 2백6표에서 2표가 모자라는 아슬아슬한 표차로 1차투표 당선에 실패했다.
이로써 선거는 오는 27일 제2차투표로 넘어가게 됐는데 2차투표에서는 당규에 따라 제3의 새로운 후보도 출마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대처 총리의 후보사퇴 가능성과 함께 선거의 향방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참석차 파리에 머물렀던 대처 총리는 선거결과에 대한 소감으로 『과반수가 나를 지지해줘 매우 기쁘다. 그러나 2차투표로 넘어가게 돼 아쉽다』고 말한 뒤 『물론 2차투표에는 참가할 것』이라고 강조,후보사퇴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다.
1차선거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이는 도전자 헤슬타인의 완전한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목표대로 일단 선거를 2차투표까지 끌고가는데 성공함으로써 대권고지에 한층 다가서게 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만일 2차투표에서 대처와 다시 둘만 맞붙게 될 경우 헤슬타인이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적의원의 과반수 지지만으로 당선이 확정되는 2차투표에서 그가 대처 총리보다 한표라도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
1차투표에서 당선되지 못한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대처 총리가 2차투표 출마를 당연한 것처럼 말하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같은 현실적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1차선거에서 헤슬타인이 1백52표나 되는 예상밖의 지지를 획득한데는 대처가 총리로 있는한 보수당은 다음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여론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직전 실시된 8가지 여론조사중 7가지가 헤슬타인이 당수로 총선을 이끌 경우 보수당이 야당인 노동당을 누르고 계속 집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헤슬타인이 국민들의 큰 불만거리가 되고 있는 주민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다 대처 총리와 달리 대 유럽 정책에 매우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차투표에서 대처 총리가 당수로 당선돼 오는 92년 총선까지 가게될 경우 보수당의 장래를 걱정하는 소리들이 당내에 많은 현실에 비춰볼 때 대처 총리 자신의 강력한 출마의지에도 불구하고 후보사퇴를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1차투표에서 당선에 실패한 이상 당의 단결을 위한다는 명분과 함께 대처가 명예롭게 퇴진하되 당내 도전자에게 밀려났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대처 총리가 아끼는 인물을 2차투표의 새로운 출마자로 내세우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유력한 인물로 더글러스 허드 외무장관과 존 메이저 재무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허드 장관은 당내 일각에서 강력한 출마권유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 허드 장관 자신은 『대처가 후보를 사퇴할 경우에 한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처 총리가 2차투표에 출마하는 한 제3의 후보가 출마,3파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녀가 11년 대처신화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고,당내 다른 인물에 길을 열어줄 경우 다우닝가 10번지의 새로운 주인이 탄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 경우 그것이 헤슬타인 대 허드 또는 헤슬타인 대 메이저,아니면 전혀 뜻밖의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게 되든 그것은 예측불허의 멋진 한판 승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아무튼 이번 1차투표에서 헤슬타인은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데 성공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당수선거 절차/차점자보다 15% 더 얻어야 당선/2차투표선 추가 입후보도 가능
이번 선거의 투표인은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3백72명.
1차투표에서 당선이 결정되기 위해선 유효투표수의 과반수를 넘으면서 차점자보다 유효투표수의 15% 차이를 내야한다.
1차투표에서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27일 2차투표가 실시되는데,추가 입후보가 인정된다.
2차투표에서의 당선 조건은 유효투표수의 과반수 득표.
2차투표에서도 결정되지 않을 경우 29일에 상위득표자 3명으로 최종 결선투표를 하게 된다.
투표자는 「제1후보」와 「제2후보」의 이름을 기입하는데,「제1후보」에 대한 집계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3위 득표자를 지지한 투표용지에 기입된 「제2후보」의 표수를 1위후보와 차점후보의 표수에 각기 더해 과반수 득표자를 당수로 선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