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새얼굴」이 없다|아시아 컵 쇼트트랙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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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쇼트트랙은 언제까지 이준호(25·동국대대학원) 김기훈(23) 에게만 매달릴 것인가.
18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제1회 아시아 컵 쇼트트랙 빙상대회에서 한국은 금4·은6·동4개를 획득, 중국(4-2-3) 일본(2-2-3) 에 가까스로 앞서 주최국의 체면은 지켰지만 동시에 많은 숙제도 부여받았다.
우선 남자부에서는 이-김의 양대 산맥을 뒤이을 신인들의 발굴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자칫 중국·일본에 추월 당할 위기에 놓여있고 여자 부에서는 세계정상인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준호·김기훈이 은퇴한 이후의 한국쇼트트랙은 배기태(25비·일본쓰쿠바대)가 없는 국내스피드 스케이팅 계가 어떻게 침체되고 있는가를 보면 금방 짐작할 수 있다.
예년 같으면 벌써 배가 몇 개 국제대회에서 금1, 2를 차지, 승전보가 날아들고 빙상연맹은 활기에 넘쳤을 터인데 배가 은퇴한 올해부터는 스피드빙상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인상이다.
이준호·김기훈의 경우기술이나 체력적으로 현재 기량이 절정에 있는데 다 본인들의 훈련자세도 지극히 성실, 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쇼트트랙에서 금메달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들 외에는 뚜렷한 신인들이 눈에 띄지 않고 있어 전도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에 비해 중국·일본은 지난 3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이후 대폭 세대교체를 단행, 92동계올림피아드에 대비하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아시아권에서조차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여자부에서는 중국의 아성이 더욱 높아져 피나는 훈련 없이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일고있다.
중국은 왕슈란·장옌메이 등에게서 보듯 남성형의 골격에 기본 기가 착실한데다 체력마저 뛰어나 이번 대회에서도 여자 부 5개 금메달 중 4개를 휩쓸어 가는 괴력을 보였다.
이들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폭발적인 스피드로 한국·일본의 선수들을 쉽게 따돌리는 한 수위의 기량을 과시, 당분간 아시아에서는 무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중국대표팀의 딩쯔라이(정자래·44) 코치는 『한국과 중국의 차이는 체력에서 오는 것 같다. 대부분 한국선수들은 발목 및 무릎의 각도가 커 자세가 높은데 이는 체력부족이 원인이다. 그러나 아직 나이가 어리므로 (여자) 성장가능성이 높아 중국으로서는 1급 경계국』이라고 말했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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