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살 발언 자제" 검찰 지목에 불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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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검찰총장이 점심을 먹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양영석 인턴기자, [연합뉴스]

정상명 검찰총장은 20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의 '대법원장이 사실상 검찰을 음해 세력으로 지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청사 입구에서 사진기자들의 취재에 응한 뒤 곧바로 8층 사무실로 향했다.

정 총장은 오전 10시 열린 대검 간부회의에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며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또 "(오대산 산행 중 '앞만 바라보라'는 발언은) 직원들에게 가볍게 한 말인데 다른 방향으로 해석됐다"며 "이럴 때일수록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마치 검찰이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로 있을 때의 사건 수임 내역이나 법원.검찰 고위 관계자의 4인 회동을 유출한 것처럼 비치는데 따른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브리핑에서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외환은행과의 사건 수임 문제는 전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최근 양 기관의 영장 문제가 대법원장에게까지 불똥이 튀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 쪽은 다 확인했는데 정보를 유출한 일이 없었다"며 "증거도 없는 억측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사례 분석이나 준항고 등 적법한 이의 제기를 통한 정면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많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앞으로 법원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조관행 전 고법 부장 사건 이후 법원이 무더기로 영장을 기각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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