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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다수 기부' 활성화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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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런 차원에서 정당은 헌법정신에 따라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민주적 조직과 활동을 통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데 정당 활동에는 필수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 민주정치의 이상은 돈이 필요 없거나 적게 드는 것이지만, 현실정치는 상당한 정치자금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정치자금은 민주주의의 비용, 정치의 모유로 표현된다.

정치자금의 필요성과 소액 다수 기부를 중시하는 외국 사례로는 미국 연방정부의 '체크-오프(Check-Off)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납세자가 개인소득세 신고 시 자발적으로 3달러를 대통령선거 운동기금으로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소득세 신고서에 표기하는 제도다. 소액 다수에 가치를 두는 것은 특정 집단이나 기업체를 통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일시에 모집하면 부정부패에 연류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소액을 기탁하고, 그렇게 조성된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이 투명하게 되면 국민은 정치에 호의적인 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정치권은 다수 국민을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2004년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정경유착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시선은 여전하면서도 최소한의 필수비용마저 부족한 실정이 초래됐다. 정치권에 대한 막연한 비판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권의 인식 변화와 정치개혁을 이뤄내려면 소액 다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국민적 관심과 정치권 응원이 절실한 시기다. 그 밖에 응원의 길은 정당 당원으로서 당비,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후원금 등 여러 갈래로 열려 있다. 공무원도 가능한 선거관리위원회 기탁금 등도 있다. 1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용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자금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