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연탄값 자율화해야 공급 안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겨울이 되자 비싼 석유 값 때문에 연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1973년 이후 가장 매서운 추위였다는데도 많은 서민이 연탄을 살 수 없어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연탄 가격 규제가 가져온 비극이었다.

소득 증가로 에너지 수요가 석탄에서 석유로 빠르게 바뀌자 석탄산업은 사양산업으로 몰락했고, 연탄은 서민의 에너지로 전락했다. 그러자 정부는 석탄 수요 감소로 광원이 볼 피해를 줄이고, 이들이 수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95년에 이어 2005년에도 '석탄산업 합리화 10개년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석탄 생산은 남아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연탄 공급은 부족할까. 정부가 생산자.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연탄 가격을 낮은 수준에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연탄 소비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62%나 증가한 39만8000t에 이르렀다. 연탄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두 가지다. 지난해 초부터 원유 가격이 크게 올라 연탄이 서민의 에너지로 바뀌었고, 연탄 생산자.소비자에게 주는 정부 보조금이 생산자에게는 생산을 늘릴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달 비용을 제외하면 연탄 한 장의 소비자가격은 540원으로 묶여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356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보조금 356원은 생산자에게 204원, 소비자에게 152원이 지급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부가 연탄 가격을 낮은 수준에서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원리에 따르면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탄은 가격이 규제돼 있어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 증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연탄가격이 규제된 상태에서의 보조금 지급은 수요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생산자에게는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탄 가격은 인건비.수송비.토지 사용료.이자비용 등의 변화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연탄 가격이 낮게 규제돼 있다면 보조금이 지급돼도 이윤을 보장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생산 증가를 위해 시설을 확장했다가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업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연탄 생산업자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므로 시설을 확장하지 않을 것이다.

대안은 시장원리에 따라 연탄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고, 생산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없애고, 소비자에게는 '비용 연동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소비자 보조금이 연탄 가격의 50%고, 연탄 가격이 500원에서 600원으로 오른다고 하자. 이때 비용 연동제에 따라 보조금은 종전의 250원에서 300원으로 오른다. 소비자 보조금이 비용 상승과 연계된다면 소비자는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생산자 또한 비용이 올라도 적정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김대중 정부의 영세 상인을 위한 임대차보호법이 교훈을 주었듯이 연탄의 경우에도 가격을 규제하면 시장이 관련 집단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보복한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박동운 단국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