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원장실에 돈 얼마나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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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SK 비자금 1백억원을 현금으로 보관했던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실에는 과연 얼마가 있었는가. 이곳에 보관 중이던 현금 규모를 놓고 한나라당과 검찰 간의 공방이 불붙고 있다.

◇"수백억원이 있었다"=구속 중인 한나라당 이재현 전 재정국장은 "사무실 안에 SK 비자금이 아닌 다른 현금도 함께 보관돼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李전국장은 이 돈이 후원회 등을 통해 거둔 당비 30억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시각은 다르다. 검찰은 영장을 통해 李전국장이 'SK 비자금이 든 쇼핑백 외에 캐비닛 등에는 1만원권 현금 다발을 넣어두었으며 가로 3m, 세로 5m, 높이 1.2m 공간에 현금을 담은 라면 박스와 A4용지 박스를 4단으로 쌓아놓았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추정해 볼 때 사무실에는 SK 비자금 1백억원과 당비 30억원 외에도 수백억원의 불법 자금이 보관돼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0억원이 전부"=한나라당의 주장은 완전히 상반된다.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수감 중인 李전국장을 접견한 결과 거액의 별도 불법 자금이 있었다는 주장은 완전히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殷부대변인이 전한 李전국장의 진술은 '방 안에는 한칸에 1억원씩 들어가는 4단 캐비닛이 4개 있었으며 여기에 16억원을 보관했다'는 것이다.

또 '라면 박스에는 1억원을 넣고 좀 남는데 계산 편의상 1억원씩만 넣어 3개씩 4단으로 12억원을 쌓아뒀다'고 했다. A4용지 박스의 경우 2억원을 5천만원씩 4개 상자에 넣었다고 한다. SK 비자금 외엔 정확히 당비 30억원만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 맞나=문제의 재정위원장실은 약 가로 4m, 세로 7m의 크기다. 방 가운데는 소파가 양쪽으로 놓여 있다. 별도로 위원장 책상이 비치돼 있다.

만일 가로 3m, 세로 5m, 높이 1.2m의 공간 전체에 돈을 쌓아 두었다면 사무실에는 가로 1m, 세로 2m의 공간만 남는다. 이럴 경우 책상.소파 등이 있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물론 한나라당 측 주장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30억원을 라면 박스와 A4용지 박스에 분산해 쌓아두었다면 벽 한쪽 면에 4단 크기로 쌓아둬도 충분하다. 그러나 李전국장은 검찰에서 "바닥에 쌓아둔 돈으로 사무실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진술했으며 이를 殷부대변인과의 접견에서도 되풀이했다고 한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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