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마라톤 희망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2시간27분대도 가능한 실력이었다."

삼성전자 오인환 감독은 2일 여자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반환점을 돈 이후 후반부 5㎞당 17분50초대의 빠른 스피드로 달린 정윤희(21.도시개발공사)와 채은희(22.코오롱)가 전반부터 스피드를 냈다면 더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오감독은 "페이스 메이커가 선수들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는지 전반에 스피드를 내지 않아 전반 5㎞ 구간 기록이 18분대였고, 선수들도 경험이 적어 치고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감독은 "정윤희는 리듬 감각과 유연성, 자세가 좋고, 채은희는 엄청난 연습량을 가진 것 같다. 두 선수 모두 아직 어린 만큼 대성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한국 육상계는 올 들어 여자 장거리 유망주들이 마라톤으로 전향하면서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 첫 결실이 나온 셈이다.

1997년 2시간26분12초로 세계기록에 근접한 기록을 남겼던 권은주 이후 한국 여자마라톤은 계속 퇴보했다. 반대로 여자 세계기록은 한없이 달아났다. 올해 폴라 레드클리프(영국)는 2시간15분25초를 기록했다.

최경렬 육상연맹 마라톤 강화위원장은 "여자마라톤을 포기할 시점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며 "여자 마라톤의 기록 단축 붐은 평탄한 코스와 전용 페이스 메이커를 두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이어서 우리도 못 따라가리란 법은 없다"고 말했다.

방선희 중앙일보 마라톤 교실 감독은 "3년6개월 만의 최고기록, 2명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뿐 아니라 30분대 초반에 4명이 들어온 것이 얼마 만인지도 모른다. 한국 여자마라톤이 전환점을 찾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