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헐고, 피부 홍반, 눈에 염증|「베체트 증후군」환자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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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베체트 증후군」이라고 하는 신종질환이 국내에 크게 늘고 있다. 증세는 피로하면 입술과 혀가 쉽게 헐거나 부르트고 심하면 1년 내내 이런 증세가 계속되며 입 안쪽에 궤양까지 생기는 것.
또 팔·다리 등 피부에 홍 반이 생기며 바람피운 일이 없는데도 남성은 음낭 부위에, 여성은 항문이나 성기 부위에 궤양이 일어나 성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임으로써 말못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 눈에는 홍채 염·포도막 염 등의 염증이 발생해 눈이 침침해지고 시야가 좁아지며 시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연세대의대 방동식 교수(피부과)는 지난 83년 1월 「베체트 특수클리닉」을 개설했을 당시 등록환자는 40∼50명 수준이었으나 최근 환자가 급격히 증가, 현재 1천5백여명이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의대 이풍렬 교수(내과) 팀도 지난 80년 1월∼89년 5월 소화기 등 내과학적 치료를 요하는 베체트 증후군 환자가 1백78명이나 등록됐다고 내과학회에 보고했다.
베체트 증후군이란 1937년 터키의 의사 훌루시 베체트에 의해 ▲구강궤양 ▲피부·외음부궤양 ▲안구 부염 증 등 3대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재발성질환으로 처음 보고됐다. 그후 이 질환은 관절·혈관계·신경계 등으로 광범하게 침범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병의 특징은 3대 증상이 10년 사이에 단계적으로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나 때로는 동시에 보이기도 하며 소화기 계통으로 침범할 경우 구토증·복부 팽만·복통 등을 일으킨다는 것.
또 중추신경계로 침범할 경우 뇌막염·뇌신경 마비 등 치명적이며 , 안구질환에서는 실명하기 쉬운 것으로 밝혀져 특히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초기증세는 입술이 자주 헐거나 부르트며 심한 경우 혀가 갈라지는 증상을 보인다는 것.
이 상태에서 더 발전하면 손·발등의 피부 궤양과 함께 성기 주변에서도 헐거나 궤양을 보여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성병으로 오인되는 수가 많다.
서울대의대 이 교수는『동맥이나 정맥 등 혈관 깊숙이 침투할 경우 혈관폐쇄 등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강과 피부증세 다음으로는 홍채 염·망막염증·포도 막염 증 등 눈의 질환으로 발전한다.
방 교수는『눈에 오는 증세가 대개 마지막 단계로 국내의 경우 초기증세에서 평균 5∼9년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이 병의 원인에 대해 방 교수는『자세한 원인은 아직 모르나 인체의 면역 계에서 T임파구 중 헬퍼T임파구가 감소해 전체 면역 계가 약화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 병에서 면역 계가 약화되는 것은 농약·대기·수질·중금속 오염 등 ▲환경 적 요인과 당뇨병·빈혈 등의 ▲만성질환 ▲과로·수면 부족·스트레스 등의 세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방 교수에 따르면 태권도사범과 같은 튼튼한 사람도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 질환에 걸린 적이 있었고 시집살이로 스트레스가 많았던 여교사 3명도 이 질환에 걸린 것을 1년간 휴직시켜 정신적 안정과 함께 완치시킨 일이 있었다는 것.
이 병은 스테로이드·레바미솔·사이클로스포린-A 등의 약물치료법이 있는데 혈관으로 깊숙이 침투하기 전의 조기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 교수는『특히 어린이의 경우 옮아가는 속도가 빨라3∼4개월 사이에 세 가지 증세를 보이는 수가 많았다』며 부모가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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