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만드는 K-TV 『생방송…』 성차별 극복에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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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여성문제는 결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말은 자칫 피상적으로만 알고있던 여성 문제에 관해 여러 가지 실례들을 보고 체험자들의 진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되는 것이다.
여성들만의 프로그램인 것처럼 보이는 『생방송 여성』(KBS-2TV 토 오전11시50분)에서 이 점은 더욱 강조되어 다가온다.
가을 개편부터 방송계에선 보기 드물게 두 여성 PD팀에 의해 기획·제작되고 진행자도 여성문제 전문가인 오숙희씨(32·계명대 여성학강사)가 맡으면서 여성 프로그램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생방송 여성』이 여성들만의 것을 다룬다고 여기는 것은 단견이다.
적나라한 경험을 한 출연자들의 이야기와 50여명 방청객들의 반응은 일반론이 아닌 구체적인 문제제기로 생활·가정·사회에 요구하는 여성문제 해결책의 모색이다.
『여성에 대한 의식과 문제제기는 많이 있으나 곧잘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는 듯하죠. 실제적 도움과 남녀·사회관계에서의 화합을 가져다준다면 이 프로의 가장 중요한 보람이 될 것입니다.』
70분짜리 대형 생방송 토론 프로를 이끌어 가는 예미난 PD(30)는 이 프로그램에서 교과서적인 진부한 결론을 내기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하나씩 헤쳐 나가는 「손에 잡히는 열매」가 맺어지기를 원한다. 여자들만에 의해 성폭행·과다혼수·낙태·성교육·미혼모·아내 구타·가족 이기주의 등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옆집아주머니의 이야기나 사촌 여동생의 고백처럼 들리는 『생방송 여성』에서의 토론은 신변잡기적 말놀음에서 벗어나 우리사회전체의 의식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일주일 내내 피곤을 쫓아 내가며 프로그램 주제설정. 아이템회의·섭외·생방송 진행교육 등으로 여념이 없는 조경숙 PD(28)는 『민감한 여성 문제를 다룬 다음에 오는 사회적인 영향력의 파장까지 가늠해야 한다』며 주제 결정과 출연자 섭외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방송프로에서의 토론이 전면 개방을 의미하는데 반해 우리 사회가 가둬 놓고 덮어두려고 하는 여성문제와 여성 출연자들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생방송여성』의 사회자를 진지한 생각을 유도하는 여성문제 전문가로 바꾼 것은 포근하고 매력적인 남성 진행자를 방송에서 선호하는 것도 일종의 「여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본 것과 본격적으로 여성이 여성 문제를 다루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생방송 여성』팀은 그러나 프로그램이 「여성」 프로이기이전에 「인간」프로가 되기 위해 남성구성작가를 기용하고 주제도 「집안」이야기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사실적인 체험의 예를 더 많이 들어보기 위해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주류로 하고 전문가들의 코멘트는 단지 「윤활유」로만 사용키로 했다.
『생방송 여성』은 여성문제와 여성프로그램에 대해 우리사회가 갖는 선입견적인 무관심에 도전해오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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