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안면도는 서해안 태안반도의 끝에 자리한 섬이다. 태안읍에서 35㎞쯤 떨어져 있다. 지금은 육지와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 섬도 아니다. 육지의 자동차들이 줄지어 내왕한다. 3천2백여 가구에 주민은 1만3천명도 넘는다. 5개의 동리가 들어섰으나 작은 고장은 아니다.
지난해인가 이곳의 땅값이 엄청 올랐다. 관광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실제로 안면도는 수목이 우거지고 해변도 안온하고 깨끗해 풍광이 여간 아름답지 않다.
바로 이 잠든 듯 평온한 섬이 요즘 별안간 시끄러워졌다. 난데없이 핵쓰레기(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에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엊그제는 1만명이 격렬한 시위를 했다. 온 동네가 나선 셈이다.
정작 과학기술처는 핵연구단지를 세울 계획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곧이 듣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핵폐기물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불타고 남은 핵찌꺼기는 무려 2만4천년이 지나야 방사능 물질을 모두 토해낸다고 한다.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흡수제를 뿌리고,물 속에 담가두고,여기서 발산하는 열을 식히고,분산시키는 과학적 처리를 한다. 그래도 최소 7백년은 기다려야 비로소 방사능은 위험한 수준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지금 핵폐기물을 쏟아내는 기관이 자그마치 6백33개소나 된다. 이미 쌓여있는 폐기물만 해도 2만8천드럼이나 된다.
외국의 경우 서독은 지하 1천m 깊이의 소금바위(염암) 속에,스웨덴은 지하 50∼60m의 바위 속에,대만은 무인도에 핵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미국은 사막지대에 파묻고 아홉겹의 시멘트벽을 쌓을 궁리를 했지만 인근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일어나 주춤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마다 쌓이는 핵폐기물을 아무 데나 놓아둘 수는 없다. 어딘가 버려야 할텐데 당국은 우선 안전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와 확신이 되어있는지 의문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절차와 노력도 없이 의심살 일을 한다면 주민들이야 저항을 할 수밖에 없다. 무능,무책임 행정도 한탄스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