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혐의자 세무조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세청이 15일 부동산 투기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그동안 담당 국장이 세무조사 발표를 해 왔지만 이번엔 한상률(사진) 국세청 차장이 직접 나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어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상률 차장은 이날 "주택을 몇 채씩 보유한 사람이 가격상승 지역을 골라 추가로 고가 주택을 취득하거나 세대를 위장분리해 아파트를 취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차장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1인당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일본의 도쿄보다는 두 배, 미국의 뉴욕보다는 1.3배나 비싼 편이며 강남지역 주요 아파트 거주에 따른 기회비용은 최고급 호텔 숙박료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73평형의 경우 46억원에 달하는 아파트값을 은행에 넣어 두면 하루 이자가 59만원에 달해 호텔 숙박료(딜럭스룸 55만원)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한 차장은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다른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고 또다시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을 가져오기 때문에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서민에게 평생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의 투기 지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용산.영등포, 경기도 과천.분당.평촌.일산 동구.일산 서구.성남 수정구.수원 영통.군포 등 15개 지역이다.

한 차장은 "조사를 통해 취득자금 등과 관련한 개인은 물론 사업장이나 관련 기업의 세금 탈루 혐의가 추가로 포착되면 별도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강남에 50평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김모(56.의사)씨는 거주 목적 없이 2003년 5월 도곡동 ○○아파트 26평형을 4억1500만원에 분양받은 데 이어 같은 해 6월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 이 아파트 26평형을 부인 명의로 4억5000만원에 불법 취득한 뒤 지난해 12월 6억7000만원에 전매한 혐의가 드러났다. 또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를 소유한 자영업자 장모(55)씨는 사업소득을 탈루한 자금으로 20억원 상당의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추가 취득하는 과정에서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주택이 없는 친척 김모(78)씨 명의로 소유권 이전을 등기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