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흥정」 비틀비틀 거여/「수습특사」 김총무 만난 김대표 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YS 「확실한 칼자루」 요구한 듯/소장파 분가 요구로 부심
합당 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민자당 내분문제는 2일 오후 김윤환 총무가 청와대의 수습안을 휴대하고 마산으로 내려와 김영삼 대표와 2시간50분 동안의 마라톤 면담을 가진 끝에 내주초 노­김 청와대회동에 합의함으로써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민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데다 민주계 소장파들의 분가 요구도 강경해 당분간 혼미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2일 저녁 급거 마산에 내려와 김 대표와 만난 김 총무는 면담이 끝난 뒤 『김 대표가 내주초 청와대회동을 약속했다』며 『김 대표가 빠르면 4일,늦어도 5일에는 서울로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비교적 낙관론을 피력.
그러나 김 총무가 부산으로 떠나자마자 김 대표측은 『김 총무가 「노 대통령이 만나기를 희망하니 5,6일께 청와대에서 모든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대표는 김 총무의 말을 듣기만 했고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진로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고 김 총무의 발표를 뒤집어 청와대회동 성사여부가 사태 진전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부산에 간 김 총무는 다시 기자들에게 『김 대표가 생각을 정리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청와대회동과 관련,『김 대표가 처음에는 망설이다 자꾸 권유하니까 나중에 승낙했다』고 재확인. 김 총무는 그러나 이날 면담에 앞서 옆방에 대기하면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대통령의 뜻을 전하러왔을 뿐』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는데 면담 후 앞으로의 수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등 평소답지 않게 신중한 자세.
김 총무는 부산 도착 즉시 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과 청와대측에 전화로 면담결과를 통보했으며 안개 때문에 3일 오전 11시에 서울에 도착하자 바로 청와대측과 협의.
○…김 총무 일행은 오후 6시쯤 마산 크리스탈호텔에 도착,전남 광양군의 섬진강 휴게소를 다녀와 10분 전에 도착한 김 대표를 40여 분간 기다린 끝에 면담에 들어갔는데 같이 온 박희태 대변인과 김진재 총재비서실장은 김 대표와 인사만 나눈 뒤 면담장을 빠져나왔으며 김 총무만 김 대표를 독대,김 대표의 의중을 듣고 청와대측 의사를 전달했다.
면담장에서는 가끔 김 대표가 당기강 문제와 관련한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한 불만 섞인 고성이 새어나왔으며 처음에는 김 총무는 주로 듣는 입장을 고수.
면담시작 1시간쯤 지나 저녁식사와 마주앙이 들어가면서 두 사람은 비교적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지한 대화를 시작했다.
요담이 끝난 뒤 호텔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주계의 서청원 의원은 『이야기가 잘 안됐기 때문에 김 총무가 별다른 발표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문정수 의원도 『청와대회담이 이루어진다 해도 수습국면보다 그 반대쪽 가능성이 60%』라며 분당을 주장하는 소장파들의 분위기를 대변.
○…요담에 앞서 마산에 내려와 있던 민주계 의원 17명은 김 대표와 단체로 만나 향후대책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주전파와 주화파로 나뉘어 「심각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후문.
서청원 의원은 김 대표가 『어느 누구와도 개별적으로는 안 만나겠다고 해 모두 나왔다』고 했는데 온건파인 황병태 의원도 개별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
이들 민주계 의원들은 면담이 끝날 때까지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다 김 총무 일행이 돌아가자 김 대표 방으로 다시 몰려갔는데 김 대표는 요담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악수만 한 뒤 모두 돌려보내 최종결단은 혼자 내린다는 김 대표 특유의 스타일을 보였다.
○…김 대표는 김 총무의 수습방안에 대해 내각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줄 것과 당 기강확립을 위한 확실한 보장,즉 명실상부한 대표최고위원으로서의 당권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가 이처럼 초강수로 계속 밀어붙이게 된 배경에는 민주계 소장파 의원들의 분당 주장이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들.
김 대표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내각제 반대선언 후 마산행의 강경 쪽으로 선회한 것은 소장파 의원들의 「최후통첩」 때문이라는 것인데 서청원ㆍ강삼재ㆍ최기선 의원으로 대표되는 민주계 소장파들은 『합당 9개월이 지난 지금 합당 명분으로 내세웠던 여당내 개혁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김 대표가 또다시 당무에 복귀한다면 분당의 명분조차 잃게 돼 민주계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분당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대표로서도 이들의 강경노선을 적절히 활용,청와대와 민정ㆍ공화계로부터 내각제 개헌의 사실상 포기와 내각제 합의각서의 무효화,당권의 일부 이양 등을 요구,양보를 받아냈지만 민정계가 내민 카드로는 이들을 다독거려 당 복귀가 가능할지 여부가 문제라는 것.<마산=김두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