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확실한 칼자루」 요구한 듯/소장파 분가 요구로 부심
합당 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민자당 내분문제는 2일 오후 김윤환 총무가 청와대의 수습안을 휴대하고 마산으로 내려와 김영삼 대표와 2시간50분 동안의 마라톤 면담을 가진 끝에 내주초 노김 청와대회동에 합의함으로써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민정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데다 민주계 소장파들의 분가 요구도 강경해 당분간 혼미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2일 저녁 급거 마산에 내려와 김 대표와 만난 김 총무는 면담이 끝난 뒤 『김 대표가 내주초 청와대회동을 약속했다』며 『김 대표가 빠르면 4일,늦어도 5일에는 서울로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비교적 낙관론을 피력.
그러나 김 총무가 부산으로 떠나자마자 김 대표측은 『김 총무가 「노 대통령이 만나기를 희망하니 5,6일께 청와대에서 모든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대표는 김 총무의 말을 듣기만 했고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진로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고 김 총무의 발표를 뒤집어 청와대회동 성사여부가 사태 진전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부산에 간 김 총무는 다시 기자들에게 『김 대표가 생각을 정리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청와대회동과 관련,『김 대표가 처음에는 망설이다 자꾸 권유하니까 나중에 승낙했다』고 재확인. 김 총무는 그러나 이날 면담에 앞서 옆방에 대기하면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대통령의 뜻을 전하러왔을 뿐』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는데 면담 후 앞으로의 수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등 평소답지 않게 신중한 자세.
김 총무는 부산 도착 즉시 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과 청와대측에 전화로 면담결과를 통보했으며 안개 때문에 3일 오전 11시에 서울에 도착하자 바로 청와대측과 협의.
○…김 총무 일행은 오후 6시쯤 마산 크리스탈호텔에 도착,전남 광양군의 섬진강 휴게소를 다녀와 10분 전에 도착한 김 대표를 40여 분간 기다린 끝에 면담에 들어갔는데 같이 온 박희태 대변인과 김진재 총재비서실장은 김 대표와 인사만 나눈 뒤 면담장을 빠져나왔으며 김 총무만 김 대표를 독대,김 대표의 의중을 듣고 청와대측 의사를 전달했다.
면담장에서는 가끔 김 대표가 당기강 문제와 관련한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한 불만 섞인 고성이 새어나왔으며 처음에는 김 총무는 주로 듣는 입장을 고수.
면담시작 1시간쯤 지나 저녁식사와 마주앙이 들어가면서 두 사람은 비교적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지한 대화를 시작했다.
요담이 끝난 뒤 호텔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민주계의 서청원 의원은 『이야기가 잘 안됐기 때문에 김 총무가 별다른 발표를 못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문정수 의원도 『청와대회담이 이루어진다 해도 수습국면보다 그 반대쪽 가능성이 60%』라며 분당을 주장하는 소장파들의 분위기를 대변.
○…요담에 앞서 마산에 내려와 있던 민주계 의원 17명은 김 대표와 단체로 만나 향후대책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주전파와 주화파로 나뉘어 「심각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후문.
서청원 의원은 김 대표가 『어느 누구와도 개별적으로는 안 만나겠다고 해 모두 나왔다』고 했는데 온건파인 황병태 의원도 개별면담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
이들 민주계 의원들은 면담이 끝날 때까지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다 김 총무 일행이 돌아가자 김 대표 방으로 다시 몰려갔는데 김 대표는 요담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악수만 한 뒤 모두 돌려보내 최종결단은 혼자 내린다는 김 대표 특유의 스타일을 보였다.
○…김 대표는 김 총무의 수습방안에 대해 내각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줄 것과 당 기강확립을 위한 확실한 보장,즉 명실상부한 대표최고위원으로서의 당권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가 이처럼 초강수로 계속 밀어붙이게 된 배경에는 민주계 소장파 의원들의 분당 주장이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들.
김 대표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내각제 반대선언 후 마산행의 강경 쪽으로 선회한 것은 소장파 의원들의 「최후통첩」 때문이라는 것인데 서청원ㆍ강삼재ㆍ최기선 의원으로 대표되는 민주계 소장파들은 『합당 9개월이 지난 지금 합당 명분으로 내세웠던 여당내 개혁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김 대표가 또다시 당무에 복귀한다면 분당의 명분조차 잃게 돼 민주계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분당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대표로서도 이들의 강경노선을 적절히 활용,청와대와 민정ㆍ공화계로부터 내각제 개헌의 사실상 포기와 내각제 합의각서의 무효화,당권의 일부 이양 등을 요구,양보를 받아냈지만 민정계가 내민 카드로는 이들을 다독거려 당 복귀가 가능할지 여부가 문제라는 것.<마산=김두우 기자>마산=김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