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공자' 대학배구 '명품 지도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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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세트, 김민욱의 서브가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인하대 최천식(42.사진) 감독은 넋 잃은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코트를 돌았고, "인하대가 올 시즌 5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천식 감독이 이끄는 인하대는 14일 경기도 안산 감골시민홀에서 끝난 2006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최강전 결승에서 한양대를 3-1로 따돌리고 우승, 시즌 전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대학배구 전관왕은 김세진.석진욱.최태웅이 활약하던 시절 한양대가 달성한 이후 10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최 감독은 예의 겸손한 자세로 "힘든 훈련을 참고 견뎌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고 전관왕 소감을 밝혔지만, 배구계에서는 최 감독의 '빠른 배구'가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최 감독은 지난해 4월 문용관 감독이 대한항공 감독으로 차출되면서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1984년부터 무려 12년간 부동의 국가대표 센터로 뛰었던 스타 선수였지만 최 감독의 리더십을 미더워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단 1년여 만에 대학배구를 평정하면서 스타 감독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 바탕엔 "빠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최 감독의 스피드 배구가 자리 잡고 있다.

"속공도 한 단계 더 빠르게, 시간차나 이동 공격도 상대보다 빠르게 구사하도록 했습니다."

공격이 느리면 절반은 상대 블로킹에 걸린다는 게 최 감독 지론이다. 자연스럽게 팀플레이가 탄탄해지고 빨라졌다. 마침 태릉선수촌 체력담당 지도위원이던 김준성씨가 지난해 대한항공 트레이너로 오면서 큰 도움을 받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만들었다.

최 감독은 1m97㎝의 훤칠한 키에 모델 뺨치게 잘 생긴 마스크로 대한항공 선수 시절 '코트의 귀공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점프력이 좋아 블로킹과 속공에서 역대 최고의 센터로 평가받았다.

문용관 감독은 "무릎과 어깨 부상으로 중간에 몇 차례 공백이 있었지만 센터로서는 발군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명 지도자로 거듭난 최 감독에게 어떤 별명이 붙을까.

안산=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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