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 손들 '고철' 탐낸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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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주 한국투자증권은 지점마다 때아닌 소동이 났다. '큰손' 들이 1000여명이나 '고철 펀드'에 몰리는 바람에 물량 확보를 못한 지점장들이 곤욕을 치른 것이다. 최소 6~7억 원이 있어야하는 프라이빗 뱅킹 고객용 사모 펀드지만, 투자기간이 7개월로 짧고 기대 수익률은 연 11~12.2%로 높았던 게 인기 비결이었다. 한국투자증권 임정미 안산 지점장은 "증권사 창구에서만 판매하는 특화된 상품이라 고객 반응이 뜨거웠다"며 "대형은행에 비해 열악한 판매망을 극복하려면 증권사들이 이런 틈새 상품을 자꾸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수익를 내는 틈새펀드가 쏟아지고 있다. 곧 출시 예정인 공모 '고철 펀드'를 비롯해 '유전 개발 펀드' '쓰레기 펀드'등이 그것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틈새펀드는 많아야 수백억원대의 사모펀드 위주로 선보였다. 일반 소액 투자자들로선 투자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공모로도 다양한 틈새 펀드가 나와 문턱이 많이 낮아질 전망이다.

연간 4회 출시 예정인 '고철 펀드'는 국내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역거래 펀드다. 동유럽에서 고철을 수입하는 수입업자가 신용장을 낼 때 신용을 보강해주는 펀드라 연 10%대의 고수익을 기대하면서도 원금 손실 우려는 적다는 게 증권사의 설명이다. 선적에서 대금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이 7개월 정도라 투자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한번에 설정할 수 있는 규모가 180억~200억 원 정도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곧 선보일 '유전개발 펀드'는 정부가 2013년까지 에너지 자급률 18%를 목표로 추진중인 에너지 자주개발계획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펀드다. 유전개발 펀드는 개발이 실패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등 투자위험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 나오는 '1호 유전 개발펀드'는 한국석유공사가 이미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광구에 투자하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게다가 해외자원개발보험 통해 원금 일부도 보존해준다. 여기에 세제혜택도 있다. 2008년까지 3억 원까지는 배당소득 비과세, 3억 원 초과시에 15.4%의 분리과세를 적용받는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부사장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펀드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어져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며 "블루오션 개척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점도 있지만 증권사의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효자상품"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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