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토세 과표 현실화/“단계추진” “예정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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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처음으로 부과된 종합토지세 부담은 과연 많은 것인가. 아니면 절대세액은 여전히 시가보다 낮아 어차피 이런대로 부담을 치러야 할 홍역인가. 종합토지세의 기본취지가 「쓸데없이 불필요한」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자에게 부담을 주자는 것으로 대다수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종토세 논쟁은 내년 1월1일자로 조정하기 위해 내달부터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토지과표 인상문제와 맞물려 그 귀추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양재찬 기자>
◎기획원 “계획대로 추진 마땅”/실제 더 많이 내는 세금 미미/땅 많은 사람 중과… 형평위해 94년까지 60%로
종합토지세 등 일련의 토지공개념제도 시행을 맡아온 경제기획원은 이번 종합토지세 부과로 토지를 많이 갖고 있는 개인과 기업만 특히 세금이 크게 늘어났다고 강조한다.
3만원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가 전체의 87.9%이며,이 대상은 89년 8백11만5천명에서 올해는 8백55만1천명으로 오히려 43만6천명이 늘었다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소규모 토지소유자들의 세금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의 종토세는 전국의 토지소유자(개인 및 법인) 9백73만명에게 모두 4천4백77억원이 부과됐다. 외형적으로 볼 때 지난해 토지분 재산세 부과액 2천2백29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국민 전체의 토지세 부담이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으로 올랐음을 뜻한다.
그러나 기획원은 이같은 계산은 지극히 산술적인 것이며,대다수의 실제세액 증가는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서울 내수동 32평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세액이 3만9천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천원(2.6%)이 올랐다는 것. 문정동 훼미리아파트 32평형도 올해 종토세가 1만7천원으로 지난해보다 2천원(13.3%) 증가에 그쳤다는 것이다.
세액이 비교적 많이 늘어난 경우라 할지라도 증가율만 높으며,금액은 많지 않아 시가에 대한 세금부담율을 나타내는 실효세율은 대부분 0.02∼0.04%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대지 1백6평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올해 종토세는 17만3천원으로 89년의 10만9천원보다 6만5천원(60.2%)이 올랐다. 그러나 이 대지의 공시지가는 6억4천8백만원이나 돼 공시지가를 종토세액으로 나눈 실효세율은 0.03%에 그치고 있다는 것.
특히 개인의 경우 90년 종토세 부담액은 평균 2만6천원으로 실효세율이 공시지가로 볼 때는 0.04% 이내,공시지가의 15% 이내인 내무부 과표를 기준으로 해도 0.28% 수준으로 결코 세부담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획원은 부동산투기를 막고 사회적 형평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94년에 60%까지 끌어올리게 돼 있는 과표현실화 작업을 당초 계획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진세율로 가중… 늦췄으면”/“10년 걸쳐 50% 정도”… 임대료 인상 등 부작용도 1인당 세부담 전년의 두 배
내무부는 올해 종토세 증가요인을 ▲지난해 땅값 상승에 따른 과표 인상분 51.7% ▲종합토지세 도입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분 48.3%로 분석했다.
종합토지세의 1인당 평균부담액(개인ㆍ법인을 합친 전체평균치)은 4만6천원(서울 10만5천원,지방 3만4천원)으로 지난해 1인당 토지분 재산세액 2만3천원에 비해 두 배가 올랐다.
이중 개인의 세액 평균증가율은 33.4%(법인은 4백28.9%)로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해볼 때 결코 작은 폭의 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 단독주택 등을 갖고 있으면서 시골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농지나 임야를 소유한 이들은 「부재지주」로 몰려 합산처리돼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바람에 종전의 몇배가 되는 세금을 내야 할 형편이다.
상가ㆍ백화점ㆍ업무용 빌딩 등도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부담이 몇배씩 늘어났는데,건물소유주가 오른 세금분을 임대료 인상 등으로 전가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세부담액이 평균 네 배 이상인 법인들은 더욱 조직적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의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토지 과표현실화율을 94년까지 5년 안에 시가의 6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계획을 99년까지 10년에 걸쳐 50% 정도까지만 올리도록 바꿔달라고 공식 건의하고 나섰다.
종합토지세 시행으로 개인별로 토지가 합산돼 누진과세되는 데다 토지과표가 올라 세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공시지가가 시행되기 전인 올 1월1일 현재 토지과표는 감정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전국이 평균 32.9%,서울이 23.4%로 집계됐었다. 그러나 공시지가가 시행되면서 기준토지 값이 상승하는 바람에 과표현실화율은 전국이 15%대,서울은 14%대로 뚝 떨어졌다.
따라서 공시지가 시행 전 과표현실화율에서 출발한 과표현실화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세부담은 매년 더욱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상의는 또 제조업의 공장용지는 자경농민의 농지와 마찬가지로 필수적인 생산수단인만큼 현행 0.3%의 세율은 너무 높다고 지적,기준면적 내의 공장용지는 자경농지와 같이 세율을 0.1%로 낮춰달라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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